간신치 회장은 인사발령이 난 뒤 외부와 일체 연락을 끊었다. 그러나 왕자구 회장 측이 밝힌 인사 내용을 수용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날 휸다이증권 대표이사로서 중국 출장을 갈 것이라고 흘렸다. 휸다이그룹의 혼란은 수습되는 게 아니라 더 커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왕자헌 회장이 귀국할 때까지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왕자구 회장은 휸다이그룹 내에서 국내문제를 총괄하는 공동 회장이었다. 그런데도 왕자헌 회장 측 경영진들은 그의 말을 일체 듣지 않았다. 왕회장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휸다이그룹이 점점 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더구나 왕자구 회장 측도 왕회장의 공식 결재가 났다는 주장만 하고, 더 이상 어찌하지를 못해 의혹만 키웠다. 간신치 회장이 뭘 믿고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만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간신치 회장은 무슨 힘이 있었을까? 간신용 회장과 비교할 수 있다.
간신용 회장은 석달 전에 벌어진 인사파동 때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왕회장의 인사발령 사인을 보고 월급쟁이로서 순순히 따랐다. 반면 간신치 회장은 왕회장의 인사발령 사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발했다. 똑같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간신용 회장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간신치 회장의 말이다.
“(자신의 인사발령에 대해)왕회장님이나 그룹 구조조정본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은 바 없다. 나는 항명이나 반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휸다이그룹 인사발령은 지금까지 모두 구조조정본부에서 공식 발표했다. 그런 뒤 이사회, 주총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이번에는 좀 이상하다. 구조조정본부의 정식 발표가 없는 상태에서 휸다이자동차에서 나에 대한 인사발령 사실이 흘러나왔다. 나는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대주주가 그만 두라면 그만두고, (고려산업개발로) 가라면 갈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본부의 김재수 본부장이 공식 발표를 해야 한다.”
당시 간신치 회장의 상하이 출국 목적은 의혹 투성이었다. 휸다이그룹에서는 대북사업 때문에 중국에 간다고 했다. 그러나 휸다이증권에서는 상하이 지점 개설을 위해 출국한다는 설명이었다. 같은 시간 왕자헌 회장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LA를 거쳐 중국으로 왔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왕자헌 회장과 간신치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등과 극비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어찌됐건 정확한 사정을 모르던 휸다이그룹 경영진들은 조바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왕자헌 회장은 귀국을 하지 않고, 간신치 회장은 한가하게 상하이 지점 개설을 위해 출국한다는 게 이해가 안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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