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가 없어서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뉴스1에 따르면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대한 법조계의 평가다. 판례가 없는 이례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 전까지 법적 판단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주주총회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 25.42%를 박탈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SMC가 영풍 지분 10.3% 매입했기 때문에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는 의결권이 없다는 게 고려아연의 논리다.
지난 22일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는 영풍 주식 19만226주(10.33%)를 575억 원에 장외매수했다. SMC는 고려아연의 호주 중간지주사 선메탈홀딩스(SMH)가 100%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생긴 것이다.
MBK는 주총 이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근거로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엄격히 금지하는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란 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상호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실제 사례는 처음"이라며 "비상계엄이 헌법 조문 안에 있지만 그동안 현실에서 볼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고려아연이 마지막으로 꺼낼 수 있었던 카드라는 평가와 상호주를 오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 변호사는 "상호주 활용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고려아연은 상대에 지고 있는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상호주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호주 목적은 상대방 회사의 자본 참여로 지배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오너가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한 사실은 분명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호주 회사는 모회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기 자산을 투입한 것"이라며 "현지 법에 따라 업무상 배임 소지는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판단이 쉽지 않은 사항이라고 입을 모은다. 판례가 없는 만큼 정부 부처의 유권 해석을 받고 법의 원칙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장기전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례가 없어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다만 최근 법원은 시대적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류윤교 한국사내변호사회 부회장은 "국내법상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많지 않다"며 "적법 여부는 향후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기업 변호사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MBK·영풍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주총이 무효임을 가처분을 통해 법원에서 확인받을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지만 기간이 오래 걸린다면 다른 방안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경기연합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