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에 따라 수개월간 멈췄던 방통위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2인 체제’ 적법성을 놓고 재판관들 의견이 4대 4로 엇갈리는 등 위기 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위원장은 기각 결정 자체를 헌재 전체의 뜻으로 판단, 현안 업무 처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24일 방통위에 따르면 탄핵 소추 기각 결정 직후 이 위원장이 현장에 복귀, 민생 현안 처리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헌재는 23일 오전 방통위원장 임명 당일 공영방송 이사를 임명하는 등의 이유로 탄핵 소추된 이 위원장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8인 중 4인(김형두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은 기각의견, 재판관 4인(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은 인용의견을 냈다. 4대 4 동수로 의견이 엇갈렸으나, 헌재법에 따라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탄핵소추가 기각됐다.
헌재 기각 결정 직후 이 위원장은 “2인 체제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헌재 전체의 뜻”이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은 방통위 2인 체제의 의결 적법성 여부였다. 방통위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위원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현재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등 2명만이 재직 중이다.
이 상황에 이 위원장이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심의·의결한 것에 논란이 제기되며 야당을 주축으로 탄핵 소추의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위원장은 KBS 이사 후보 7명을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 후보 9명 중 여권 추천 6명을 임명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의결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재적위원’으로 봤다. 적법한 개의에 필요한 ‘의사정족수’ 규정이 없어 ‘5인 체제’가 이상적이지만 ‘2인 체제’에서도 다수결 원리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두 재판관은 “2인 의결이 방통위법에 위반되더라도 “의결의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머지 4인은 2인 의결 자체가 방통위법 위반이라고 판단,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이들은 “적법한 의결을 위해서는 3인 이상 위원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위원장 탄핵 자체는 백지화 됐으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아직 여러 과제들이 남은 상태다. 헌재 판결 자체가 2인 체제 적법성을 인정했지만 재판관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2인 체제에서 의결한 방통위 결정과 관련된 소송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가 숙제다. 2인 체제에서 이뤄진 방문진 신임 이사 선임건에 대한 현직 이사들이 청구한 행정소송과 처분‧과징금 조치 등에 대한 소송 등을 대응해야 한다.
또한 현재 KBS, MBC, EBS를 포함한 146개 채널의 재허가 문제도 해결이 시급하다. 이들 방송사의 재허가 기간이 작년 12월 31일부로 만료된 탓에 법적으로는 현재 무허가 상태로 방송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해외 거대 기업들에 대한 과징금 부과 이슈와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 제한 지분 규제 완화 시행령 개정 등 주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 위원장은 헌재 선고 이후 정부과천청사로 복귀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간부회의를 소집하는 등 곧장 업무를 재개했으며, 24일 김태규 부위원장과 서면 회의를 통해 특별재난지역 피해 주민들의 수신료 면제와 위치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한 행정처분 의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 개시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설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지상파 재허가 심사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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