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필리핀 철수
카지노에 빠져 필리핀 꽁지들에게 납치당했던 뉴욕대학 출신 김치수를 구해준 인연으로 김치수는 정열의 비서 역할을 하며 늘 곁을 지켰다. 김치수는 뜬금없이 일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형님, 일진 때문에 우리나라 학교가 심각합니다. 조폭까지 연결되어 이대로 가면 학교가 조폭들에게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학교가 조폭에게 넘어가? 도대체 무슨 말이야!”
“초등학교부터 일진을 정합니다. 6학년 일진이 졸업할 때 후임 일진을 지정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조폭으로 넘어가는데 이 연결고리가 심각합니다. 폭행, 성매매는 물론이고 마약까지 손을 댄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폭들이 경쟁적으로 중, 고등학교에 마수를 뻗치고 있습니다.”
“지저분한 놈들! 학교까지 건드려!”
“조폭의 주수입원이 일진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위에서 할당액을 정해서 통보하면 고등학교부터 초등학교까지 일사불란하게 자금을 모은다고 합니다. 그 규모가 전국적으로 1개월에 5백억 원이 넘습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정치권도, 언론도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형님이 나서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부산 텍사스촌도 심상치 않습니다. 러시아 마피아가 장악했는데 무기를 밀반입해서 조폭들에게 풀고 있습니다. 권총은 물론이고 기관총까지 판다고 합니다. 아직 유혈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이대로 가다 가는 러시아 마피아에 일본 야쿠자, 중국 삼합회까지 부산이 난장판이 될 겁니다.”
2001년 1월 20일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 절차가 시작되자 스스로 사임하였다. 서민층에 인기가 많았던 그는 적극적인 개혁 정책을 펴 주목을 받았으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2000년 8월 그 사실이 폭로되었다.
정열은 필리핀 사업을 정리하던 때라 한국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집으로 돌아온 정열은 제니를 안으면서 말했다.
“이제 한국으로 갈까?”
“대통령 때문에?”
“그것도 있고… 한국에서 할 일이 생겼어. 제니는 패션 쪽 일을 다시 해보는 건 어때? 하고 싶어 했잖아.”
“손 놓은 지 오래됐는데 될까?”
“내가 도와줄게. 브랜드도 하나 만들고.”
“뽀야가 있는데 내가 무슨 걱정이야. 그런데, 우리가 가면 언니는?”
“걱정이긴 한데 우리 식구들이 옆에 있으니 괜찮을 거야.”
성가희를 만나는데 정수가 따라 나왔다. 필리핀 최고의 대학인 UP(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2학년으로 이제 21살 청년이다.
“이모, 이모부.”
“요즘 연예한다고 바쁘다며?”
“또 엄마가 고자질했구나.”
“누나, 우리는 이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왜, 갑자기…”
“한국 일을 도와야 할 때가 되어서, 엄마도 보고 싶고…”
“꼭 애처럼 이야기하는구나. 엄마가 보고싶다는데 내가 어쩌겠어? 하지만 자주 올거지?”
“그럼! 누나와 정수 보러 자주 와야지.”
“언니, 자주 올 테니까 서운해하지 말아요.”
제니와 성가희는 두 손을 잡고 떨어질 줄 모른다.
공항에 도착하자 고향에 온 실감이 난다. 제니도 오랜만이라 마음이 들떠 있었다. 공항으로 청하 누나가 마중을 나왔다.
“누나!”
정열은 청하 누나를 와락 껴안았다. 정열에게는 청하가 누나이자 엄마였다. 청하 앞에만 가면 어린 아이가 된다.
“보고 싶었어. 누나.”
말없이 정열의 등을 또닥거리며 청하는 울컥했다. 외국 생활을 하게해서 청하는 늘 마음 한쪽 구석이 아팠다. 청하는 제니의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더 예뻐졌는데 많이 여위었다. 몸보신 좀 해야겠어.”
“언니, 언니 얼굴이 너무 예뻐. 좋은 사람 생겼구나. 그렇지, 언니?”
[팩션소설'블러핑'9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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