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에 따르면 상금 3억원이 걸린 메이저 세계기전 LG배의 우승자가 '사석(따낸 돌) 관리'로 결정됐다. 커제 9단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우승을 놓쳤고, 변상일 9단은 상대의 부주의로 생애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변상일 9단은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3전 2선승제) 최종 3국에서 커제 9단에 기권승을 거뒀다.
지난 20일 결승 1국에서 커제 9단에 졌던 변상일 9단은 22일 결승 2국에서 반칙승을 거뒀다. 이어 이날은 커제 9단이 판정에 불복, 경기를 포기하면서 변 9단은 기권승을 기록해 2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우승을 결정한 것은 '사석 관리'였다.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을 계가 때 사용, 선수들이 대국 도중 상대의 사석 수를 확인하고 형세 판단을 한다. 반면 중국 바둑에서는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으로 계가를 하기 때문에 사석이 의미가 없다. 이에 중국 기사들은 평소 사석을 아무 곳에 던져 놓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커제 9단은 결승 2국과 결승 3국에서 세 차례 돌을 따낸 뒤 사석을 사석 보관함에 두지 않았는데, 이는 대회 규정을 위반한 행위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바둑에서는 국제 규정이 따로 없다"며 "국제 바둑대회는 주최, 주관하는 곳에 따라 규정이 바뀐다.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대회는 한국 규정을 적용하지만 중국기원이 주최하는 대회는 중국의 룰을 따른다"며 한국 바둑의 규정을 적용한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이 개최하는 LG배, 삼성화재배, 농심배 등의 덤은 6집 반인데, 중국에서 개최하는 란커배, 춘란배, 몽백합배 등은 중국 바둑 룰을 적용해 7집 반의 덤이 적용된다.
또한 4년에 한 번 열려 '바둑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 선생이 고안한 응씨 룰을 사용한다. '전만법'이라고 불리는 응씨룰을 적용하는 응씨배는 집이 아닌 점으로 표시한다.
기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규칙 개정을 통해 '제4장 벌칙' 조항 18조에 잡은 돌을 사석 통에 넣지 않으면 경고와 벌점으로 2집 공제를 결정했다. 조항 19조에는 경고 2회가 누적되면 반칙패가 선언된다고 명시됐다"면서 "규정을 새롭게 하면서 세분화하고 명확하게 했다. 이는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징계를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뀐 규칙을 대회 전 중국 측에 명확히 알렸다. 결승전 기간 내내 중국 측에 규정을 공지했다"며 "지난해 열린 삼성화재배에서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한 바둑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바둑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다. 사석 관리 외에도 덤을 적용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면서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오랜 시간 서로 다른 바둑 문화를 자랑, 각자 자부심이 있다.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기원에 따르면 중국 측은 커제 9단의 기권패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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