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응서 기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임시주주총회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했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차례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주주 표대결에서 출석 의결권의 73%가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11명과 영풍 측 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하려 했다. 이에 회 회장 측은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해, MBK·영풍 측 이사회 장악 저지에 나섰다.
이날 임시 주총 표 대결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안이 가결되면서 MBK·영풍 측이 차지할 수 있는 이사 자리는 최대 7석으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이사 선임안 표결 결과와 관계 없이 MBK·영풍 측이 추진한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은 실패했다.
이 같은 결과는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진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법을 이용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셈이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1%,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그러나 전날 조치로 이날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1%에서 16%로 축소되면서 표 대결에서 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MBK·영풍 측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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