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오는 7월 단말기유통법 이른바 ‘단통법’ 폐지 법안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이동통신업계와 급격히 치솟고 있는 단말기 가격 등 현실적인 요소를 감안했을 때 법안 폐지 효과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단통법 폐지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추가 입법 등의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법안에 따라 이동통신사 단말기 지원금 공시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 이내) 규제가 폐지되며, 가입유형·요금제에 따른 부당한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이 사라진다.
정부와 국회는 단통법 폐지로 인해 앞으로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소비자 단체와 이동통신업계, 대리점주들은 법안 폐지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성명문을 통해 “단통법 폐지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통신 요금 인하와 소비자 부담 경감이라는 초기 기대와 달리 이통3사의 담합과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단통법은 오히려 통신비 부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필연적으로 폐지 이후 소비자 이익 보장을 위한 후속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통법 폐지에 따라 지원금 상한제가 사라지더라도 단말기 가격 경쟁이 활성화될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특히 단순 법안 폐지에 그치지 않고 약정 할인제도 개편 등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25%로 고정된 약정 할인율은 장기 가입자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가입 연수에 따라 약정 할인율을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 장기 가입자에 대한 실질 혜택 확대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업계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에도 통신사 경쟁과 단말기 제조사의 단말기 가격 인하가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시장구조를 보면 단말기 보조금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제조사와 통신사는 계약에 따라 지원금을 일정 비율씩 분담하고 있다. 이 같은 여건으로 이미 과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업계가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들여 보조금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이전에는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거나 신규 가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면, 지금 시장은 이미 가입자 수가 최고점에 달해 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마케팅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실제로 시장 정체 양상이 길어지면서 통신사 대부분이 알뜰폰이나 인공지능(AI) 사업 분야에 투자를 늘리며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단통법 폐지 법안에 포함된 ‘판매장려금 자료 제출 의무화’ 규정에 따라 제조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제출한 판매장려금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경우 제조사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경쟁사간 출혈경쟁 양상이 심화될 경우 판매장려금을 확대하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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