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올릴 유과·강정 만드는 상인 "바쁘다 바뻐"…돔배기 가게도 인기
"불경기에 나라도 시끄러운데 이렇게 손님 많으니 너무 좋아"
(경산=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대목이잖아요! 손님이 많아 기분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3일 오후, 경북 경산시 자인전통시장.
명절 시작 전 마지막 장이 선 자인시장은 장을 보러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고소한 쌀 튀기는 냄새와 상인과 시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대목장'이라는 기분이 들게 했다.
시민들의 양손에는 제수와 간식거리가 한가득 들렸다.
일부 시민은 단골 가게에 가득 찬 장바구니를 맡겨 놓고는 또다시 장을 봤다.
장을 보러 온 이용암(74)씨는 "자인 시장은 자주 오지만 설을 앞두니 사람이 더 터져나가는 것 같다"며 "대목이긴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유과와 강정을 만드는 유기상(57)씨의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갓 만든 강정을 맛본 시민들은 지갑을 열었다.
유 씨는 "품목마다 다르겠지만 유과와 강정은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이니까 명절에는 잘 팔린다"며 "경북 제사상에는 유과와 강정이 빠지지 않고 오르니, 아마도 전국에서 유과는 경북이 제일 잘 팔릴 거다"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정을 파는 상인과 함께 뻥튀기 가게도 시민들이 끊이지 않았다.
뻥튀기를 만드는 안호정(55)씨는 연신 "뻥이요"를 외쳤다.
시민들은 정성껏 말린 쌀과 찹쌀, 찐쌀 등을 튀기기 위해 줄을 섰다.
안 씨는 "강정을 사드시는 분도 많지만, 만들어 드시려고 직접 말린 쌀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제대로 쌀을 말려오지 않은 시민은 그에게 되레 혼나기도 했다.
강정을 만드는 방법을 놓고 웃으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장날 분위를 더욱 돋웠다.
자인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돔배기(제사상에 놓는 상어 고기)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돔배기는 소금에 절인 상어고기로 경북에서는 명절 제사상에 꼭 올리는 음식이다.
어물전 상인들은 매대에 올리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돔배기를 채워 넣기 위해 능숙한 칼질을 이어갔다.
어물전 상인 문미경(64)씨는 장사가 잘되냐는 질문에 "대목이잖아요! (돔배기 매대를) 몇 번을 리필하는지 모르겠다"며 "한 달 전부터 손님이 많아졌고 오늘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불경기에 나라도 시끄러운데 이렇게 손님이 많으니 너무너무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모님과 함께 시장을 찾은 안애경(31)씨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다"며 "명절 느낌이 제대로 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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