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최장 9일간 이어지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유통업계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고물가 장기화 기조로 국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장기간 연휴에도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기업들은 전례 없던 영업일자 조정에 들어가거나, 극가성비 프로모션을 대폭 확대하는 등 남은 수요를 최대한 끌어올릴 방침이다.
평소보다 많은 지출이 오고 가는 명절 연휴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개개인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조사가 나왔다. 롯데멤버스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지난 1월 6일부터 7일까지 전국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 '가정 내 휴식(49.7%)'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설날 선물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51.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과거에 비해 명절 선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선물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부모님·조부모님, 친척에게 '현금을 선물할 예정이다'는 답변이 전년 대비 각각 7.6%p, 3.5%p 늘었다. 세뱃돈을 준비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서(22.8%)'라는 답변이 전체 항목 중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인 6.3%p 상승했다.
명절 기간 세뱃돈이나 선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배경에는 고물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자리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5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심리지수는 91.2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 심리지수가 12.5P 하락하면서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하여 산출한 심리 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1월 ~ 2024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설정해 통상적으로 100보다 크면 크면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쪼그라든 소비심리에 물가 상승세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다. 유통기업들 또한 합심하여 물가 안정에 힘쓰는 등 소비자들의 지갑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설날 당일인 오는 29일 아울렛 3사(신세계·롯데·현대)는 모두 정상 영업을 결정했다. 명절 당일 아울렛 3사가 동시에 영업을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쇼핑은 프리미엄 아울렛 6개점(김해점, 동부산점, 파주점, 이천점, 기흥점, 의왕점),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은 총 5개점(여주점, 파주점, 부산점, 시흥점, 제주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교외형인 김포, 송도, 스페이스원, 대전 등 4개 점포가 29일 문을 연다. 다만 입점 브랜드별 영업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온라인쇼핑 업계는 명절 기간 설 선물 테마기획전을 운영하고 설 전용 쿠폰팩 혜택 등을 제공한다. 봄 시즌과 가정의 달을 맞아서는 계절 맞춤형 기획전과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특가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대목 중 하나인 명절 수요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선물세트 반값 할인, 카드 혜택 등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삼고 각종 기획전을 전개한다. 이마트는 오는 29일까지 최대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특히 1만원대 이하 가성비 선물세트를 대폭 확대했다. 홈플러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설날 필수 먹거리를 파격 할인가로 제공하는 ‘메가 푸드쇼’ 행사를 연다. ‘AI 가격혁명’ 등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설 선물세트 중에서 5만원 미만 세트 매출은 물론, 1만원 미만 극가성비 세트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올 명절 키워드는 완전히 가성비에 집중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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