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선거 당시, 트럼프의 대선 구호였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공언한 원유와 가스 시추 확대는 국내 업계의 원가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석유와 가스의 채굴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또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공식 탈퇴를 선언하며 친환경 정책에서 벗어나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명확히 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로 국제 원유 가격 하락이 예상돼 국내 석화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주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프타를 추출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나프타 가격은 원유 가격의 급격한 변동에 따라 석유화학업계에 부담을 줬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원유 공급망 차질 등 다양한 요인이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나프타 가격도 크게 변동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공급 과잉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설비를 대규모로 확장해 에틸렌 생산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해 에틸렌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석화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2022년 하반기에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로 줄곧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자급률 증가로 해외 수출 물량이 감소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정책은 국내 석화업계의 가격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석유와 가스 시추를 확대해 원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원유 공급이 증가하면 원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나프타 가격도 안정될 수 있어,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비 절감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가스 시추 확대는 나프타 추출량을 늘려 나프타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 역시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와 천연가스를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주로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원료로 사용해왔지만 전쟁으로 인해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불안정해져 원가 상승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러-우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그가 언급한 대로 전쟁이 종료된다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의 공급이 안정돼 가격이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석유화학업계는 원료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이 원유 가격 하락을 유도해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관세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이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를 장려하는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유가가 하락해 국내 기업들이 원가 경재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중국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내 중국 물량이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출처인 아시아로 향할 가능성이 있어 부정적인 영향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가 하락의 긍정적 효과가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물동량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원가 절감이 긍정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황규원 유인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점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국내 석화업계들의 실적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며 “미국이 전세계 수입품에 보편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점으로 인해 판매 여건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원가하락으로 인한 실적개선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석화업계에서는 정책 변화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인 부분을 극대화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이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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