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기로에 선 일본, 교육의 미래 모색하다
한국의 AI 디지털 교과서 거부권에 대한 논란
[포인트경제]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1일 디지털 교과서를 정식 교과서로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종이 교과서와 디지털 교과서를 병행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앙교육심의회의 디지털 교과서 워킹그룹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2026년 제도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 디지털 교과서/요미우리 신문 지난 16일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일본의 디지털 교과서는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도입되어 일부 과목에서는 60% 이상의 학교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음성 읽기, 확대 기능 등 학습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이 접목되어 있으며, 특히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종이 교과서를 선호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 디지털 교과서가 학생들의 시력에 미치는 영향, 기술적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문부과학성은 디지털 교과서의 장점과 종이 교과서의 전통적 가치를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교과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이 교과서에는 긴 영어 지문을 담고, 디지털 교과서에는 발음 연습 기능이나 추가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논의는 일본 교육이 디지털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 교과서 논의는 한국이 이미 진행 중인 디지털 교육 정책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한국은 10년 정도 일찍 2011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화면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한국은 올해부터 세계 최초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일부 학년에 도입할 계획이다. AI 교과서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심화 학습 자료를 추천하며, AI 챗봇을 통해 학생들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교사와 학생 간의 1:1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하여,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수행한 디지털 학습 기기 보유율에 대한 조사결과 한국의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 70% 이상은 디지털 학습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 교과서와 종이 교과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원격 학습 경험과 결합되어 한국의 스마트 교육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편, 2025년 도입 예정인 AI 디지털 교과서는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이를 논의의 장으로 되돌렸다.
최 대행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의 사용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법안 개정안이 재정 여건에 따라 학교 간 격차를 발생시켜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도입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됐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에서 "올해는 희망 학교에 한해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문해력 저하 방지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완책을 지속 마련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간사(국회 교육위원회)는 "초등학생까지 부실한 교육정책의 실험대상으로 삼으려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이를 "위헌적 거부권 행사"로 규탄했다. 야당은 법안 가처분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종이 교과서의 익숙함과 디지털 교과서의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반영한다.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 혁신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과서를 전자화하는 것을 넘어, 학생의 학습 동기를 자극하고 개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기술적 문제와 건강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교과서는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지나친 디지털 의존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도 유아 시기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손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손글씨 쓰기’ 교육을 별도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전통적 학습 방식을 대체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디지털 교과서가 제공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은 학습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손 글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언어적·인지적 발달과 아날로그적인 감각 경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결국,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은 일본에게는 시작이고, 한국에게는 이미 발전 중인 과정이다. 그러나 양국 모두에서 그 활용 방식이 진정한 관건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통해 한국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일본은 새로운 출발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디지털 시대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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