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라다 대통령의 조카인 조지이알(Jeorge "ER" Ejercito)이 정열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조지이알은 필리핀의 유명한 영화배우이면서 실세 중의 실세인 대통령 형의 아들이다.
마카티에 있는 최고급 클럽인 파라오로 바비와 함께 갔다. 입구부터 화려하다. 장관들이나 대기업 회장들이 자주 드나드는 필리핀 최고의 룸살롱이다.
매니저의 안내로 들어갔더니 테이블이 6개 정도 이어진 큰 방의 끝에 멋진 양복을 입은 청년이 앉아 있다가 반갑게 맞는다.
“어서 오세요. 윌리엄 리!”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ER!”
두 사람은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매니저가 ER에게 귓속말을 하니 ER은 껄껄대고 웃었다.
“윌리엄, 오늘 정말 재수 좋은 사람입니다.”
“무슨…”
“필리핀 최고의 미녀가 오늘 나오는데 첫 손님이 바로 윌리엄이랍니다. 하하하”
조금 후에 문이 열리면서 아가씨들이 6명이나 들어온다. 스페인 혼열계인데 모두 예뻤다. 정열은 라모스의 소개로 억지로 나오기는 했어도 별로 흥이 나질 않았다. 술을 몇 잔 마시자 매니저와 함께 여자가 들어왔다. ER이 말하던 그 여자다. 아가씨들이 탄성을 지른다. ER이 나서서 정열의 옆자리에 앉힌다.
“반갑습니다.”
“술 한잔하실래요?”
“기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술이 두어 잔 돌아가자 ER이 정열 옆으로 다가와서 건배를 하자고 한다.
“한국에서 영화 제작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투자를 했지요”
“제가 이번에 시나리오를 준비한 게 있는데 한번 검토해 줄 수 있나요?”
“어떤 스토리입니까?”
“필리핀 초대 대통령인 Emilio Aguinaldo(아귀날도) 장군의 삶을 다룬 역사 영화입니다.”
“좋네요. 주시면 검토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음 날 ER은 직접 시나리오를 들고 호텔을 찾아왔다. 정열은 ER의 적극성이 마음에 들었다. 로비로 들어오는 ER을 보고 사람들이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윌리엄! 어제 왜 미녀를 퇴짜 놓았어요?”
“아, 어제 제가 너무 피곤해서, 미안합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런 미녀를 거부하면 죄악입니다. 하하하”
“사람을 시켜서 보내지 않고 이렇게 직접 오셨습니다.”
“저는 윌리엄에게 반했어요. 라모스 삼촌이 좋은 분을 소개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ER이 좋습니다. 나이도 비슷한 것 같고…”
“윌리엄이 56년이고 저는 63년이니까 제가 동생입니다.”
“내 생일을 어떻게?”
“미안합니다. 궁금해서 알아봤지요. 하하하”
“지금부터 형이라 부를게요. 윌리엄 형!”
“넉살도 좋네. 그럼, 오늘부터 브라더로 가자. 오케이! 하하하”
“브라더, 멀지 않은 곳에 아귀날도 대통령 박물관이 있는데 내일 같이 가봅시다.”
“그러지, 나도 가보고 싶네.”
마닐라 근교 카비테 카윗에 제1대 필리핀 대통령 에밀리오 아귀날도의 저택이 있다. 1898년 6월 12일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여 필리핀 독립 선언문을 낭독한 곳이 바로 이곳 아귀날도의 생가이다. 그래서 매년 6월 12일이 되면 필리핀 대통령이 이곳에서 필리핀 독립을 기념한다.
“그리고, 좋은 소식인데 산미구엘(San Miguel Corporation)과 정유회사 페트론(Petron)이 후원을 해주기로 했어요. 브라더를 만나니 좋은 일이 계속 있는데. 하하하”
윌리엄이 기분이 좋아지자, ER은 윌리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브라더, 오늘 파라오에서 술 한잔 어때? 에밀리가 꼭 브라더와 같이 오라고 하는데…”
“난 관심 없고, 술이나 마시자.”
“진짜 취향이 아닌가 보네. 오케이, 그럼, 술이나 마시지 뭐.”
정열은 이참에 필리핀에 거점을 만들기 위해 필리핀의 증권거래소 건물로 유명한 텍타이트 빌딩의 동관 8층에 300평 규모의 사무실을 계약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필리핀에서 이름난 교수에게 맡겼다.
정열은 이 영화의 총제작비 1억 3천만 페소 중의 50%인 150만 불을 투자해 주기로 약속했다. 성가희도 그중에서 50만 불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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