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치매치료제 ‘레켐비’의 국내 시장 상륙이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이어 새롭게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면에 자리잡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치매치료제 개발 실패 사례가 함께 조명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다양화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에자이의 한국법인 한국에자이는 최근 치매치료제 ‘레켐비’를 국내 출시했다. 주 2회 정맥주사 형태의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기전의 치료제다. 국내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허가됐다.
이러자 국내 기업들의 치매치료제를 향한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레켐비의 약값으로 미국에서 70kg 환자 기준으로 연간 3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체재가 시급한 실정이다. 게다가 유럽과 호주에서는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잇달아 상용화에 실패한 점도 국내 기업의 개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된다. 알렉터, 카사바사이언스, 세이지테라퓨틱스, 아티라파마, 애브비 등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치매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임상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켐비를 세상에 내놓은 에자이 또한 실패를 겪은 전례가 있다. 2021년 레켐비의 전신인 ‘아두헬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신속승인에도 불구하고 효능과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료보험 등재에 실패,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정맥주사 형태인 레켐비와 다른 제형으로 임상에 진입,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을 13개국에서 115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임상시험센터도 총 26개까지 확보됐다.
AR1001은 독성 단백질 제거, 시냅스 활성화, 뇌 혈류 강화 등 다양한 작용으로 인지 기능 개선을 타기팅한다. 빠르면 올해 말 임상 3상이 종료되고,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마무리될 예정이라는 게 아리바이오의 설명이다. 내년 안에는 미국 FDA에 신약으로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젬백스앤카엘’은 피하주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GV1001’ 국내 임상 2상과 미국·유럽을 비롯한 7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99명의 환자가 모였으며, 12개월 동안 피하 주사를 실시해 유효성·안전성을 평가한다.
회사는 GV1001이 뇌 속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미세아교세포의 이동을 촉진하면서 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확실하게 제거하도록 유도한다고 봤다. 유성운 DGIST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포스터를 지난 9월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패치형으로 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패치형은 투여 방식이 간편하고 운송과 보관이 쉽다는 장점을 지닌다. 특히 약을 삼키기 어렵거나 주사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는 붙이기만 하면 되는 패치형이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질환 관리를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지난 2022년 도네페질 성분 패치형 치매치료제를 선보인 데 이어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보령 등이 가세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은 임상 단계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모두 임상 1상까지는 마쳤으나 주사제 대비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수요가 예상되는 치매치료제는 개발만 성공한다면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신약의 특성상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고 레켐비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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