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유통기업들의 대응 전략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미국 우선·보호주의'를 기반으로 한 각종 정책, 경제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사업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미국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올)에서 두 번째 취임식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국정 철학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보편 관세 정책'은 국내 경제에 직격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찍이 국내 기업들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전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의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각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이 외에 보편 관세 공약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며 "그것을 조속히 부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공약이 본격화되면 국내 유통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고성장한 K콘텐츠의 영향으로 현재 국내 유통의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미국 보호무역주의는 기조로 인해 K유통의 성장속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내 탄핵정국으로 인한 삼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내수침체도 장기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10곳 중 8곳(83.0%)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물음에도 응답업체의 과반수 이상(56.2%)이 유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트럼프 2기 상황에 대비해 각종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유통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투자를 늘리고, 미국과의 경제적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범석 쿠팡Inc 의장 등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VIP 무도회에 모두 참석하기도 했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2018년 미국 자회사 PK리테일홀딩스를 설립하고 미국 내 유통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PK리테일홀딩스는 그해 미국 현지 슈퍼마켓 체인인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국 오리건주 공장에서 매해 약 200만팩 규모 가정간편식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이마트의 미국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취임식 전후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 국무장관 지명자, FTC 위원장 등과 만남을 가지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고 미래 사업 구상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행보도 관심도가 높다. 앞서 김 의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차기 내각 인사들과 이틀 연속 회동을 가졌다. 쿠팡은 2021년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조달한 자금을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번 회동을 통해 쿠팡이 글로벌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편 국내에서는 삼고 현상으로 인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통기업들의 '초저가' 상품 경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관세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진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에도 초저가를 무기로 국내에서 몸집을 키워왔던 만큼 특히 국내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들과의 가격 출혈 경쟁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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