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제주공항 등 로컬라이저 시설 위험성…안전구역 짧은 곳도 7곳
상충되는 공항 시설 규정 개선하고 공항시설 안전 전담 조직 신설
(세종=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국토교통부가 22일 발표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 공항시설 안전 개선방안'은 전국 공항별로 항공기가 비상 착륙하는 상황에 대응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가동 중인 공항에서 활주로 주변의 위험한 시설을 제거하고 항공기가 긴급 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한편, 건설을 추진하는 공항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안전성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또 방위각 시설의 설치와 관련해 '규정 상충' 지적이 나온 현행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전국 공항 시설에 대한 상시 관리·점검을 추진하는 등 근본적인 안전 개선도 도모한다.
◇ 7개 공항 9개 로컬라이저 '위험'…"가능하면 상반기 내 조치"
국토부가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이후 관계기관 및 민간 전문가와 전국 공항의 모든 시설에 대해 특별안전 점검을 한 결과 무안공항을 비롯해 총 7개 공항의 9개 방위각 시설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들 공항의 시설의 기초대를 지하화하거나 부서지기 쉬운 경량 철골 구조로 교체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한다.
우선 무안공항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남측 콘크리트 둔덕을 완전히 철거하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재설치할 계획이다.
광주공항은 방위각 시설 기초대의 높이가 약 70㎝로 낮은 만큼 흙을 쌓아 땅을 평평하게 만들고, 기초대를 완만한 경사의 땅 밑으로 넣는 방안을 우선 검토한다. 포항경주공항(기초대 높이 약 70㎝), 사천공항(약 60cm), 김해공항(2곳·약 80∼90㎝)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한다.
여수공항은 방위각 시설 둔덕 높이가 약 4m에 달해 이를 제거하고 시설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다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형 철골 형태의 구조물이 있는 제주공항은 시설이 부러지기 쉬운 구조인지 정밀 분석을 거쳐 결과에 따라 별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선 공사의 설계 발주는 다음 달 초까지 착수해 올해 상반기 내, 늦어도 연내 완료를 목표로 개선을 마무리한다. 구체적인 사업비와 일정은 설계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며, 사업비는 최대 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들 공항의 방위각 시설 등이 완전히 개선되기 전까지는 운항 안전을 위해 조류 출몰 정보 전파를 강화하는 등의 긴급 안전운항대책을 병행할 방침이다.
◇ 안전구역 짧으면 늘리거나 EMAS 설치해 항공기 충돌 방지
점검에서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났을 때 장애물과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종단 안전 구역이 국내외 권고 기준인 240m보다 짧은 공항도 7곳 확인됐다.
이들 공항은 우선 안전 구역 확대를 추진하되 공항 부지 내에서 연장이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종단 안전구역에 '활주로 이탈방지 시설'(EMAS)을 도입해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MAS는 활주로 끝 종단 안전 구역상에 시멘트 블록으로 이뤄진 구역으로, 항공기가 이 위에 올라가면 기체 무게로 시멘트 블록이 부서져 제동 효과를 낸다. 미국의 72개 공항과 중국, 일본, 대만 등에 있지만 국내에는 도입된 사례가 없다.
국토부는 EMAS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이달 중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외 사례를 분석하고, 오는 4월 발표 예정인 '항공안전 혁신 방안'에 구체적 기준 등을 포함할 계획이다.
공항별로 개선 방안을 보면 무안공항의 경우 현재 199m 수준에서 240m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수공항 활주로 남측 안전구역(208m)과 김해공항(236m)도 240m까지 늘인다. 이들 공항은 현재 부지 내에서 안전구역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2곳의 안전구역이 모두 92m에 그치는 포항경주공항과 각 122m, 177m로 짧은 사천공항은 공항 부지 외곽으로 안전구역을 추가 확보하거나 EMAS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안전구역이 최소 기준인 90m인 울산(1곳), 원주(2곳)도 이 같은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종단 안전 구역 연장과 EMAS 설치 예산 규모와 출처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EMAS 설치보다는 안전 구역 연장이 비용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 가덕도신공항 등 설계부터 안전하게…제도·안전관리 체계 개선
국토부는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건설을 위한 세부 사항이 논의 중인 지방 신공항은 설계 단계부터 안전을 최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공항은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흑산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등이다.
가덕도신공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제주 제2공항·새만금신공항은 활주로 안전 구역을 권고 수준 이상인 240∼259m로 확보한다. 방위각시설 등 활주로 인근 시설도 부러지기 쉬운 재질과 평평한 땅 위에 놓인 형태로 설계·시공한다.
규모가 작은 흑산·울릉·백령공항의 경우 방위각 시설이 필요 없는 방식(비계기 등)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 공항은 안전구역을 권고 수준으로 확보하기 어려워 EMAS 시설 설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더 근본적인 공항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제도와 안전관리 체계도 개선한다.
우선 공항시설법 시행규칙과 공항 시설 설치·운영 기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국제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규정 사이 정합성을 확보하도록 한다.
'공항·비행장시설 설치기준'에는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는 시설에 대해서만 재질 등을 제한하고 있으나, 2010년 이후 적용된 '공항안전 운영기준'에는 이 구역과 관계없이 착륙대 끝으로부터 240m 이내에 항행시설·장비를 설치할 때 제한을 하는 규정이 있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는 또 공항개발기술심의위원회에 안전 분야 전문가를 추가해 시설 설치 계획 승인에 대해 자문받고 분기별로 안전 점검을 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항시설 안전팀'을 신설해 현장에서 시설 보완이 필요한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또 사고 원인으로 지적된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해 전국 공항 주변의 조류 유인시설을 조사해 다음 달 중 개선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한편 지난 2020년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 개량 사업 당시 이 공항을 관할하는 한국공항공사를 이끌던 손창완 전 사장이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사안과 관련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사고 이후 본인이나 공사 측과 연락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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