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설비 투자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낸드플래시 생산량 또한 대폭 감축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은 고객사 수주 부진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 설비 투자 예산을 5조 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의 10조 원대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이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15조에서 20조 원을 투자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보수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특히 평택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신규 투자가 활발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올해 파운드리 투자는 화성 사업장의 S3와 평택 2공장(P2)에서 진행된다. S3에서는 3㎚ 라인의 일부를 2나노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루뤄지지만, 이는 대규모 신규 투자가 아닌 기존 라인에 일부 장비를 추가하는 형태에 불과하다. P2에서는 1.4나노 테스트 라인이 설치될 예정이지만, 전반적인 투자 규모는 여전히 축소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회에서 2024년도 설비투자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올해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생산 인프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객사 수주 부진, 수율 문제, 첨단 공정 지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결과다. 현재 평택에 위치한 4~7나노 파운드리 설비는 가동률이 30% 이상 낮아졌다는 보고가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TSMC는 지난해 파운드리 설비투자에 9560억 대만달러(약 42조 원)를 쏟아부었으며,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삼성 파운드리는 투자를 줄이는 대신 2나노 기술 경쟁력 강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20% 이상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에 낸드용 웨이퍼를 월 42만 장 투입할 계획이며, 이는 직전 분기 월 56만 장에서 25% 감소한 수치다. 특히 화성 사업장에 있는 12라인과 평택 1공장(P1)의 낸드 설비에서 큰 규모의 감산이 예상된다. 12라인은 지난해 4분기까지 월 10만 장의 웨이퍼를 투입했지만, 올 1분기에는 5만 장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 등 다른 낸드 제조사들도 장기화하는 수요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조절과 보수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세계 낸드 설비투자 전망치는 196억 달러(약 28조 원)로, 증가율은 약 0.5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85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지만, 이는 전년 대비 10% 줄어든 수치이다.
납품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등으로 인해 낸드 시장의 시황도 악화되고 있다. 최근 세계 IT 시장에서 스마트폰 및 노트북 PC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낸드 제조사들은 생산량 감축과 첨단 낸드 라인의 비율을 늘리며 ‘기술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86단(V9)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를 평택 4공장(P4)에 설치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321단 낸드를 제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대응이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감소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고객사 수주 부진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침체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파운드리 투자와 낸드 생산 감축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향후 삼성전자가 어떠한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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