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화북공업지역 이전 사실상 좌초

[한라일보] 제주시 화북공업지역 이전이 사실상 좌초됐다. 제주도는 이전 후보지로 마을 6곳을 검토했지만 주민들이 전부 반대해 화북공업지역 이전을 당장 추진할 수 없는 '장기과제'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화북공업지역 대체 입지를 정하기 위해 이전 후보지로 마을 6곳을 정해 주민들 의견을 수렴했지만 6곳 모두 반대하는 등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장기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제주도는 지난해 용역에서 제시된 화북공업지역 이전 후보지 6곳 마을을 방문해 의견 수렴에 나선 뒤, 교통 여건과 주민 수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중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를 각각 1순위와 2순위로 후보지로 결정했다. 후보지로 검토된 6곳은 전부 동부지역에 몰려 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조천리에서 열 예정이었던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고, 그해 11월 덕천리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주민 설명회를 열었지만 이후 상동마을을 중심을 반대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마을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덕천리는 마을 갈등이 심화하자 최근 제주도에 이전을 반대하다는 의견을 공식 제출했다.

현주현 제주도 도시계획과장은 "(1·2순위 후보지 마을) 두 지역 모두에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화북공업지역 대체 입지를 선정하기 위한 해법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과장은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면 구체적으로 언제쯤 화북공업지역 이전을 다시 추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화북공업지역 이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체 부지다.

화북공업지역 입주 기업 200여개을 모두 옮기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최소 수십 만㎡의 땅이 있어야 하지만 도내에는 이정도 규모의 공공 용지가 없다.

제주도가 조천리와 덕천리를 1·2순위에 올린 이유는 조천리에는 고양부 삼성사재단이 소유한 160만㎡ 규모의 미개발 토지가, 덕천리에는 옛 이어도골프장 개발 예정 부지와 마을회 소유의 공동목장 임야 등 약 80만㎡의 유휴 부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제주도는 이 토지를 사들여 화북공업지역을 옮길 계획이었지만 마을 주민들 반대로 이전을 포기했다.

제주도가 장기 과제로 검토한다해도 부지 문제는 계속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제주도가 지난 2019년 화북공업단지 입주 기업 200여개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대체 입지를 물은 결과 제주시 동지역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72.1%으로 압도적이었지만 동 지역엔 마땅한 유휴부지가 없고, 서쪽으로 눈을 돌리려해도 지금의 입지와 지리적으로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어 입주 기업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편 화북공업지역는 지난 1984년 화북 1·2동 일원 67만4000㎡에 조성된 공장 밀집지역이다. 그러나 조성 후 인근에 삼화지구 등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먼지와 소음 민원이 잇따르는 등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어 1998년 제주시가 화북공업단지 이전을 제주도에 공식 건의하면서 본격적인 이전 논의가 시작됐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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