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에서 활동한 여성 사외이사는 11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명 증가한 수치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24.2%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사회 전체에서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0.2%포인트 하락하며 증가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22일 발표하며, 여성 임원의 증가세 둔화와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 확대의 과제를 강조했다.
유니코써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0대 기업에서 활동한 전체 사외이사는 454명으로 이 중 여성은 110명이었다. 이는 2023년 107명보다 3명 증가한 수치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여성 사외이사는 2020년 35명(7.9%)에서 2023년 107명(23.7%)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특히 100대 기업 중 70곳은 여성 사외이사를 단 1명만 두고 있어, 법적 최소 요건을 충족하는 데 그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2022년 8월부터 시행된 특정 성별 편중 금지법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해당 법률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이 이사회 구성 시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최소 1명 선임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내 여성 비율 15.7%…전년 대비 소폭 하락
2024년 3분기 기준, 100대 기업의 전체 등기임원(사내이사+사외이사)은 76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등기임원은 120명(15.7%)이었다. 이는 2023년 15.9%에서 0.2%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여성 임원의 비중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100대 기업 내 이사회 여성 비율은 2020년 5.2%에서 2022년 13.7%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최근 증가세가 꺾였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이미 법적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여성 임원을 추가로 선임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성 사외이사, 학계 출신이 51.8% 차지
여성 사외이사의 주요 출신 배경을 살펴보면, 학계 출신이 51.8%(57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재계 출신(19.1%, 21명)과 법조계 출신(18.2%, 20명)이 이었다. 학계 출신의 여성 사외이사는 전문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기업의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인물로는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KG모빌리티),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이인실 전 통계청장(한화생명) 등이 있다. 특히 학계 출신의 강세는 여성 인재풀의 제한적 구조와 맞물려 있으며,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높은 교수와 연구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 신세대 리더십 주목받아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들의 활약도 주목받고 있다. 총 9명의 1980년대생 사외이사 중 8명이 여성으로, 이들은 주로 한화손해보험, DL이앤씨, 롯데쇼핑 등 주요 대기업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김정연 이화여대 교수는 1980년생으로 100대 기업 두 곳(한화손해보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동시에 사외이사를 맡아 유일한 사례로 기록됐다.
정경희 유니코써치 전무는 “법적 요건과 직무 전문성을 모두 갖춘 여성 인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 확대가 중요하다”며 “기업은 다양한 산업과 직무에서 전문성을 갖춘 여성 리더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외이사 영입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육과 평가를 통해 이사회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장기적으로는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인식한 경영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여성 사외이사 증가세가 둔화된 이유로 △법적 요건 충족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 관행 △여성 인재풀의 제한 △사내이사로의 진출 부족 등을 꼽으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여성 리더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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