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트럼프 2기 시대가 개막했다.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국내 산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정오(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이번 취임식은 한파로 인해 40년 만에 처음으로 실내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강화된 보호무역주의···보편 관세 도입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보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제조업을 보호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런 전방위적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로 미국 소비자물가가 0.9%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이 1.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잠식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율 관세는 미국 내 전자제품 및 가전제품의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주요 수출 산업 ‘직격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에도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자동차, 전자, 철강, 배터리 등 여러 핵심 산업이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높은 대미 의존도를 가지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판매되는 수입 자동차에 최소 10%의 보편 관세가 부과되면서 한국산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율을 높이거나 인접 지역으로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미국 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더 큰 규모의 투자와 생산 이전이 불가피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세제 혜택 정책(IRA)이 관세와 결합해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6와 기아 EV9 등이 관세 부과로 인해 소비자 가격 상승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가격 인하 또는 판촉 전략 필요성이 대두된다.
배터리 및 친환경 산업에서도 미국의 투자 압박 증가가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배터리 및 반도체 등 핵심 부문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 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미국 관세 정책과 세제 혜택을 고려해 이미 미국 내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거나 파트너십을 통해 생산 체계를 구축 중이다.
문제는 보편 관세 도입으로 배터리 소재와 부품의 수출입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미국에 완전한 소재 및 부품 조달 라인을 구축하지 않는 이상 한국 내 생산과 수출 비용은 경쟁국에 비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IT 및 전자 산업도 가격 상승 부담을 떠안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한국 대형 IT 기업들은 트럼프 관세 정책이 전자제품 수출에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강화하면서 IT 산업 전반이 고율 관세 부과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는 TV, 스마트폰 등 주요 품목이 미국 내 수출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감안해 미국 내 조립 및 생산 공장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 동시에 미국 소비자 대상의 최종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삼성과 LG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추가 마케팅 비용과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트럼프 1기에 시행됐던 철강 관세(Section 232)가 부활하거나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철강 산업에 ‘비공정한 경쟁’을 초래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한국 철강산업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해당 조치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생산량과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거나 제3국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에 나서는 등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 대책 마련 분주
트럼프 관세 정책은 한국 산업 전반의 공급망과 수출 전략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 차원의 협상 및 로비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무역대표부(USTR)와 협력을 통해 관세 면제 혹은 조정의 여지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국내 기업의 현지화 전략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존 투자 규모를 확대해 미국 현지에서 부품 조달부터 최종 조립까지 모든 과정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을 활용해 관세 부담을 줄이거나 신규 보호무역 조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많은 도전과제를 안길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현지화 전략과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 수출 금융 지원을 발표했다. 정부는 수출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360조원(약 2477억 달러)의 정책 금융을 제공하고, 외환 변동성 보험 지원을 1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무역 박람회 및 사절단에 대한 지출을 2조9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미국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런 지원은 국내 기업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다.
트럼프 2기의 강경한 무역 정책은 전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을 예고한다. 각국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산업 보호와 수출 시장 다변화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하며,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을 통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불확실한 무역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산업계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금융 지원 확대,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워 산업계 전반에 혼란이 예상된다”며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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