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교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한 발언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한국의 대북정책에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도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면서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다.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향후 북한과의 대화에서 핵군축이나 핵 위협 감소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의 일부만 폐기하고 핵무기 생산 능력을 인정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북핵 위기가 불거진 이후 30여 년 동안 미국의 모든 행정부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 당의 새 강령에서 '비핵화'라는 개념을 삭제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나온 ‘핵보유국’ 발언과 장기간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핵 능력을 억제하지 못한 결과는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비핵화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2년 "핵포기란 절대로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은 대화의 재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22일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고, 김정은 총비서가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상황이 전개될 경우, 한국은 북미 대화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며,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을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과 북한이 당분간 러시아와 밀착하며 반대급부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은 일시적으로 시간을 벌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북미 대화가 즉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순위는 러-우 전쟁과 중동 안정화에 맞춰질 것"이라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이러한 이슈들이 해결된 후에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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