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필리핀도 초행인데 왜 저에게…”
“지금 북한과 민감한 때라 공식적인 망명을 허락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요. 조용히 한국으로 들어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정열 씨가 적격인 것 같아서.”
“선배님은 저를 아세요?”
“잘 알지요. 어머님에 대해서도.”
“우리 어머니를 아세요?”
“저는 김중필 총리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아, 그렇다면 총리님도 이것을 알고 있나요?”
“네, 얼마 전 일본 건으로 총리님께서 정열 씨 칭찬을 많이 하셨어요.”
“무슨…. 선배 되시는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럴까, 그럼.”
정열은 허무정 선배가 마음에 들었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성품이 느껴졌다. 계획을 서로 이야기하고 허무정은 돌아갔다.
제니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외국을 또 나가야 해? 위험하지는 않아?”
“같이 가자. 이번에 신혼여행 겸해서.”
“정말! 필리핀으로! 정말이지?”
“모레인데 준비할 수 있겠어?”
“오늘이라도 당장 갈 수 있지. 뭐를 준비해야 하나? 수영복? 여름옷?”
“대충 챙겨. 거기 가서 사면되니까.”
필리핀에 도착한 정열과 제니는 샹글릴라 호텔에 짐을 풀고 아얄라 알라방에 있는라모스 전 대통령의 저택을 찾았다. 사방이 집으로 둘러싸인 ㅁ자 구조로 중앙에 풀장이 있었다. 집사의 안내로 중앙에 있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어서 오시오. 한국 친구가 오셨네.”
“처음 뵙겠습니다. 대통령님.”
“지금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그냥 ‘브라더’로 불러요. 하하하”
“제가 어찌?”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라모스는 한국에 대한 애정도 많았지만, 정열을 보자마자 호감이 갔다.
“여긴 제 아내, 제니입니다.”
“오, 대단한 미인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담소하다가 라모스가 정열에게 눈을 찡긋하더니 말했다.
“정열 씨에게 영어 이름 하나 지어주고 싶은데…”
“하나 지어 주세요.”
“윌리엄 텔 알지요? 정열 씨를 보자마자 갑자기 아들의 머리에 얹은 사과를 맞춘 스위스 혁명가 윌리엄 텔이 생각났어요. 어때요? 윌리엄 리?”
“좋습니다. 윌리엄 리. 하하하”
제니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때, 집사가 문을 여는데 아름다운 여자가 들어온다. 성가희다. 기품이 묻어나는 동양적인 미모의 여성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가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정열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처인 제니입니다.”
제니는 성가희와 인사를 하면서 왠지 남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라모스가 중간에 들어 성가희의 한국행 이야기를 끄집어내었다.
“여권은 여기 윌리엄이 준비할 것이고, 윌리엄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는데.”
“한국 정부는 민감한 상황이라 공식적인 망명은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저와 제 아들을 암살하려고 할 거예요. 경호 지원이 안 되면 한국으로 갈 수 없어요. 제 아들이 위험해요.”
“그러면…”
라모스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성가희에게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러면 아예 여기 필리핀에서 사는 것은 어때요?”
“여기서요?”
“사설이지만 경호 시스템이 잘되어 있으니 차라리 더 안전할 수도 있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라모스 저택을 나온 성가희는 정열과 제니에게 임시 숙소인 BF홈즈로 함께 가서 이야기를 더 나누기를 원했다. 제니는 정열을 팔을 끌며 가자고 신호를 보낸다.
요즘 필리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렉스를 타고 BF홈즈로 함께 이동했다.
잠이 든 아들을 안고 벨을 누르자 안에서 메이드가 뛰어나온다. 라모스가 이 숙소와 메이드, 운전기사를 준비해 주었다. 어린 메이드가 성가희의 아들을 안아 들어 안으로 옮겼다. 눈치가 빠른 아이다.
방으로 안내한 성가희는 정열과 제니를 잠깐 기다리게 하고 자리를 비웠다. 천정에서 커다란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제니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뽀야, 우리도 필리핀에서 살까? 여기도 좋은 것 같아. 사람들도 친절하고.”
“제니가 좋다면 나는 어디든지 좋아.”
“정말?”
“난 제니가 원하는 대로 할 거야.”
“난 아까 날 소개할 때, 와이프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
“잘못한 건가?”
“아니, 눈물이 날 뻔했어.”
정열은 제니의 손을 가만히 쥐었다. 사랑스러운 여자다. 이 여자는 내가 평생 지켜야 할 내 여자다.
[팩션소설'블러핑'88]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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