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은 휸다이자동차 공장을 나와 휸다이중공업으로 갔다. 그는 경비초소에 멈춰 섰다. 현대중공업의 경비용역회사 사장과 인사를 하기도 했다.
조선소 건설 초기 어느 날.
왕회장은 자동차로 직접 새벽 순찰을 돌다가 바다에 빠진 일이 있었다. 당시 경비원이 왕회장을 간신히 구했다. 이날 만난 경비용역회사 사장이 바로 그다.
왕자준 의원의 설명이다.
“아버지(왕회장)는 바다에 빠졌을 때 악착같이 살려고 한 이유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여기서 죽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 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빚을 많이 져서 스스로 울산 앞바다에 투신자살했다고 할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했다. 휸다이그룹은 그때 조선소를 짓고 자동차 공장을 짓느라 빚이 많았다. 그런데 자신이 죽으면 그런 엉뚱한 소리를 듣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래 서 아버지는 악착같이 헤엄쳐 살았다고 했다.”
허무 여행이냐, 장고 여행이냐
왕회장은 이날 조휘충 휸다이중공업 사장과 이일정 휸다이미포조선 사장, 윤중명 휸다이강관 사장 등 울산주재 사장단, 공장장 30명과 시내 음식점에서 만찬을 했다.
그는 식사를 마친 뒤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듯했다. 잠시 뒤 건배 제의에 따라 포도주를 한잔 입술에 댔다.
왕회장은 노래방기기 마이크를 달라고 손짓했다.
그는 마이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임직원들은 순간 긴장했다. 무슨 중대한 얘기를 할지 몰라서였다. 그룹 내에서는 이번 왕회장 출장 중에 중대한 발언이 있 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심지어 몽구 회장 측의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은 ‘왕회장의 이번 여행이 간신치 회장 인사파동에 따른 장고(長考) 여행이라고 했다.
반면 왕자헌 회장 측은 ‘왕회장이 인생이 허무해 떠난 여행’ 이라고 반박했다.
왕회장은 뜻밖에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가수 서유석의 ‘가는 세월’ 을 불렀다. 그의 18번 노래였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 가는 시 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희망 속에 우리도 변했구려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 내 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 내 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이번에는 그의 또 다른 18번 노래인 윤항기의 ‘이거야 정말’ 이었다. 목소리는 많이 떨렸지만 후렴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았다.
[이거야 정말 만나봐야지 아무 말이나 해볼 걸
봄이 가고 여름 오면 저 바다로 산으로
나 혹시나 만나려는 그 사람이 있을까
이거야 정말 만나봐야지 아무 말이나 해볼 걸
여름 가고 가을 오면 낙엽 밟는 소리에
나 혹시나 설레이는 이 마음은 왜 일까
이거야 정말 만나봐야지 아무 말이나 해볼 걸
가을 가고 겨울 오면 눈 내리는 이 밤에
나 혹시나 사랑하는 그 사람을 만날까
이거야 정말 만나봐야지 아무 말이나 해볼 걸
겨울 가고 봄이 오면 이 마음은 부풀고
나 혹시나 기다리는 그 사람이 올까봐
이거야 정말 만나봐야지 아무 말이나 해볼 걸]
왕회장은 노래가 끝나자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그는 경주현대호텔로 갔다.
그런데 왕자구 회장 측은 왕회장이 울산에서 노래를 두 곡이 나 불렀다고 적극 홍보했다. 왕헌 회장 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앞서 왕자헌 회장 측은 “왕회장의 정신이 오락 가락 하는 가운데 간신치 회장의 인사발령 사인을 받아 무효”라 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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