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하며 세계적 성과까지 기대되는 가운데 규제가 수출길을 가로막는다는 업계 내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공정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데 의문을 표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보툴리눔 톡신 이른바 보톡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17개에 달한다. 시장에서 삼파전을 이뤘던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은 각각 중국, 아시아·태평양 및 미국, 중남미 등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외형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은 불필요한 규제가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이 규제로 지목한 제도는 ‘국가핵심기술’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정이 알려져 있고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부터 균주를 들여오는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수출만 복잡해졌다는 것.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하는 국가핵심기술은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 유출 시 국가 안보와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균주는 고시 개정을 통해 2010년 6개국 7개사가 지정됐고 지금은 14개국 50여개사로 늘었다.
업계는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서 오히려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시 해외 품목 인허가를 받을 때 산자부 기술자료 보안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 최대 8개월까지 소요되며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자체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NIH(국립보건원)에서는 글로벌 젠뱅크에 등록된 균주만 2247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대부분 보툴리눔 톡신 균주 자체가 해외 대학교·연구기관의 분양분인바 국가핵심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학계에서는 특정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 자연물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도 미국·유럽 등의 균주 보관소에서 자유롭게 상업적 거래를 할 수 있으며, 수입산 균주를 국내산으로 ‘택갈이’하는 꼴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생산공정도 이미 오픈돼 있다. ‘톡신의 아버지’로 불렸던 독일 산츠 박사는 1946년 결정화된 보툴리눔 톡신의 정제에 성공, 치료 목적의 대량 생산까지 이끌어냈다. 이후 다수 논문을 통해 ‘산츠공정’이라 불리는 생산 방법을 공개했고, 다수 기업의 특허출원에도 언급되고 있다.
또 업계는 생산공정이 이미 다양한 규제로 관리되고 있어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청,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검역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테러센터, 국가정보원에서 등에서 총 7개 법령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상황이다.
항체 대규모 발효정제 기술 세포주와 대조를 이룬 점도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됐다. 국민건강과 연관이 큰 항체 대규모 발효정제 기술의 세포주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지 않았으면서 주요 적응증이 미용에 가까운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지정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생산공정이 오픈돼 있는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별도로 관리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면서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된다면 후발주자들도 더 원활히 해외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며, 성과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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