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를 국정운영 기조로 내건 트럼프 2기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출범한다.
트럼프 2기에서는 그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해온 글로벌 안보·통상·경제 질서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돼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이익이라면 전통적인 동맹도 철저히 무시할 수 있어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불법 이민 추방 등 100여개의 동시다발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인 '틱톡' 금지법 집행 유예, 중국에 10% 추가 관세 부과,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부과, 석유 시추 등 화석연료 지원 에너지 정책 등도 행정명령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어리석은 바이든 정책 모두 버릴 것".. 취임 첫날 100여개 행정명령 예고
미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20일 대통령 선서 후 100개 이상의 행정 명령을 쏟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더 나아가 트럼프가 첫날에 200개 이상의 행정 조치에 서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바이든 행정부의 급진적이고 어리석은 행정명령은 내가 취임 선서를 하면 수 시간 내로 전부 폐기될 것"이라고 발언한 만큼 이는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우선 추진될 가능성이 주요 정책으로 이민, 경제, 국방, 민주주의, 교육, 환경, 보건의료 등 7개 분야를 꼽았다.
이민 정책은 서류가 미비한 이민자 대량 추방을 위해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활용하고 ‘멕시코 잔류’ 프로그램을 복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슬람 국가 국민에 대한 미국 여행 금지령을 재개하고, 특정 비시민권자 자녀의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제 정책에는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멕시코·캐나다 제품에는 25% 관세를 각각 부과할 계획이다. 또 10년간 7조 달러(악 1경199조7000억 원) 이상의 감세를 단행하고, 가상화폐 산업도 육성할 방침이다. 인플레이션 종식을 위해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줄이는 정책도 추진된다.
교육 분야에서는 연방 교육부 폐지와 트랜스젠더 학생 관련 지원 정책 폐지가, 환경 분야에선 파리기후협약 재탈퇴와 환경규제 전면 완화, 석유·가스 생산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
피아 구분 않는 관세 부과로 "美 이익 최우선"
국제 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고율 관세 문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당시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중국에는 6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선 승리 이후에는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들이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트럼프 2기는 당면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즉, 미국의 이익이 걸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의 고율 관세는 제조업 및 첨단 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 등 보조금 지급을 통해 다른 나라 자동차 관련 기업이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투자하도록 유도했지만 트럼프 2기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해외 기업들이 스스로 미국에 와서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는데 있다. 산업연구원은 20% 보편 관세 부과 시 대미(對美) 수출이 13.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연간 대미 수출액이 최대 304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보다 강력한 탈중국 기조 전망.. 국내 기업에게 기회될 수도
트럼프 2기는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외교나 안보 분야보다 경제 분야에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중국과 경쟁하거나 의존해서는 안 되는 AI, 자원, 통신, 바이오, 우주산업 등에서 '탈중국' 기조가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인해 미국 기업은 물론 중국 내 기업들도 생산 시설을 인도나 동남아 등 해외로 옮기는 추세다. 때문에 최근 중국 당국은 규제 기관과 지방 정부를 상대로 중국 내 기업들의 기술·장비·인력 해외 송출을 제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 역시 생산 거점을 동남아시아로 이전하거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 설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 중 40%가 중국 내 사업 전략을 재검토 중이거나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도 유사한 흐름 속에서 중국 사업을 재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56.2%가 공장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졌으며 24.6%는 향후 5년 내 사업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탈중국이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재천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SEUSKCC) 회장은 최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트럼프 1기 후 자국보호와 탈중국 방향이 유지되고 있다"며 "미국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하거나 의존해서는 안 되는 제조, 안보, 건설, 자원, 통신, 정부 조달, 바이오, 우주산업 등이 우리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중국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시 주석과 통화는 중국과 미국에 모두 좋은 통화였다"면서 "우리는 무역 균형, 펜타닐, 틱톡과 다른 많은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나는 세계를 더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취임 초 중국 방문을 희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트럼프가 취임 100일 안에 중국 방문을 원한다고 복수의 고문들에게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방문이 성사되면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임기 때인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중국을 찾게 된다.
감세 정책 통한 경기 부양 시도.. 다른 나라 경제에는 타격
트럼프 2기는 고율 관세를 통해 세수를 충당하고 자국 기업의 법인세 완화 등 감세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지난 16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연방 예산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관세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친성장 정책을 시행하고, 세금을 줄이고,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1기 때 도입한 '감세 및 일자리 법안'을 연장하는 것이 새 행정부의 최우선 경제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CBS 방송이 19일 공개한 자체 의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60%는 트럼프 2기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좋다'가 38%, '나쁘다'가 56%였으나, '2025년의 경제 상황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좋을 것'이 52%, '나쁠 것'이 31%로 나타났다.
즉, 미국인 절반 이상은 트럼프 2기에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장벽 강화와 감세 정책, 규제 완화 등 새 경제 정책이 미국에서의 투자 확대와 경제 활력 강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IMF는 이로인해 트럼프 2기에서 미국과 다른 나라들 간 경제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감세 정책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을 늘리면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다른 지역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화석 에너지 비중 높일 듯.. 재생에너지는 타격 불가피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에 집중한 것과 달리 트럼프 2기는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무부와 에너지부, 환경보호국 등 주요 장관들도 기후위기가 거짓이라고 여기거나 화석연료 개발로 경제를 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파리협약 등 국제조약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표명하고 에너지부는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정책을, 환경보호국은 환경규제 관련 정책을 맡는다.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장려하는 게 미국 외교의 중심축"이라고 답했다.
젤딘 환경보호국장 지명자 역시 청문회에서 "경제를 살리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이트 에너지장관 지명자는 셰일가스 업계 출신으로 풍력과 태양광에너지를 값비싼 에너지라고 비판해 왔다.
그는 청문회에서 "더러운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가 따로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파리협약 재탈퇴를 통해 화석연료 규제를 폐지 혹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다른 나라만 좋고 우리에게는 끔찍한 파리협약에 다시 가입해 석유·가스·석탄 생산에 장애가 생겼다"며 바이든의 환경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파리협약을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이미 재생에너지 산업이 자리를 잡은 상황인 만큼 이를 전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일 트럼프 2기가 이 분야를 포기한다면 재생에너지 산업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변수다.
AI 규제 완화하고 지원 강화.. AI 반도체 통제 유지될 듯
트럼프 2기는 미래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AI 규제 완화와 지원 강화, AI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트럼프 2기 과학기술 분야 참모진에는 AI를 비롯한 기술 전문가들이 대거 합류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실리콘밸리 출신으로 AI 스타트업인 '스케일AI'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마이클 크라치오스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으로 임명돼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 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또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의 스리람 크리슈난 총괄 파트너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AI 수석 정책 고문으로 지명했다. 크리슈난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트위터, 스냅, 야후 등을 거친 인사다.
이러한 점을 볼 때 트럼프 정부는 AI 기업과 협업을 통해 국가안보를 포함한 AI의 군사적, 정보적 활용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분야도 AI 정책 방향의 선회와 트럼프 행정부 실세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조언 등의 영향으로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임기 마지막 발표한 AI 반도체 수출 통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한국 포함 18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은 AI 반도체 구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중국·북한·러시아 등 20여개 '우려국가'는 계속 구입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수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우려국가'가 아닌 중간지대의 나머지 국가들에는 구입 수량에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이번 규제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중국이 미국의 기존 AI 반도체 수출 통제망을 우회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도 바이든의 정책 가운데 AI 반도체 수출 통제는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정은과 직접 만남 통해 '스몰딜' 가능성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남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억제', 즉 스몰딜을 협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몰딜이란 북한이 핵시설을 해체하면 미국은 경제적 조치와 함께 연락사무소 설치, 평화선언 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국방·외교 수장이 '스몰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며, 우리 국가정보원도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을 예상하면서 '스몰딜'을 언급했다.
이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트럼프 당선인 스스로 과거에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를 1기의 대표적 성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리처드 그리넬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을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임명해 북한 문제 등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했던 앨릭스 웡 전 국무부 대북 특별 부대표를 국가안보회의(NSC) 수석 부보좌관으로 임명한 것도 북미대화 신호라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딜 형태로 가능하다"고도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18일 공개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에서 트럼프가 평양에 갈 수도 있고,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만일 북미가 핵 감축·동결과 제재 완화를 주고받으면 북한의 비핵화 목표는 사실상 폐기돼 우리의 비핵화 목표가 흔들리고 한국의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는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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