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극적인 휴전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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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극적인 휴전 첫날

BBC News 코리아 2025-01-20 13:25:24 신고

3줄요약
도론 스테인브레허가 차량에서 내려 하마스에서 적십자 관계자들에게 인계되는 모습
Getty Images
하마스가 휴전 첫날 석방한 인질 3명 중 하나인 도론 스테인브레허가 가자시티에서 적십자 관계자들에게 인계되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되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대부분을 잿더미로 만든 이번 전쟁이 15개월간 이어진 끝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 휴전 첫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인질 3명이 석방되었으며, 그 대가로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90명을 석방했다.

19일 아침이 밝았음에도 2시간가량 긴장감이 감돌며 휴전은 시작부터 흔들리는 듯했다. 하마스는 석방하기로 한 인질 3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은 휴전을 연기하고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다.

양측은 당초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휴전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하마스 측 민방위 기관은 이 시간부터 시작된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다수의 테러 목표물"을 공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하마스는 중재국을 통해 이스라엘인 인질 3명의 명단을 전달했고, 지난 2023년 11월 일주일간의 짧은 휴전 및 인질 맞교환 이후 가자 지구 내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은 처음으로 멈췄다.

휴전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의 마제드 알-안사리 외무부 대변인은 X를 통해 현지시각으로 11시 19분 마지막 장애물이 사라졌고, "고로 휴전이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숨을 죽이며 화면을 지켜보는 시민들
Getty Images
텔아비브 시민들은 이스라엘인 인질들이 석방되는 장면을 보고자 몰려들었다

그리고 6시간 후, 로미 고넨(24), 도론 스테인브레처(31), 영국 이중국적자인 에밀리 다마리(28) 등 이스라엘 인질 3명이 하마스에서 가자 지구 적십자사로 인계되었고, 이후 이스라엘 군이 이들을 넘겨받았다.

현장을 담은 TV 화면에는 가자시티 사라야 광장에서 인질들을 태운 차량이 멈춰서고,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하마스 전사들이 이들을 밀어내고자 몸싸움을 벌이는 등 혼란한 모습이 담겼다.

밀려드는 군중 속 여성 3명이 차량에서 나오는 모습이 잠시 포착되었다. 가자 지구의 인계 지점에서 IDF의 차량에 옮겨 탄 인질들은 이스라엘 남부 레임 군사 기지 인근으로 이동해 각자의 어머니를 만났다.

군의관, 심리학자들이 인질들을 맞이할 첫 번째 지점에서 대기하는 등 IDF는 인질 인계를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세운 모습이었다.

이후 인질들을 레임 군사 기지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텔아비브 근처 셰바 메디컬 센터로 이송되어 추가 치료를 받으며 나머지 가족들을 만났다.

이들 인질 3명 중 2명은 하마스가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사로잡았던 지난 2023년 10월 7일 공격 중 총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3명이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앞으로도 휴전이 순조롭게 유지된다면 향후 6주에 걸쳐 이스라엘 측 인질 총 3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1900명이 순차적으로 풀려날 예정이며, 이번이 첫 번째 인질 석방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여전히 억류된 인질은 97명이지만, 이중 수십 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자 지구의 하마스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현재까지 약 4만6900명이 숨졌으며, 전쟁 전 230만 명에 달했던 가자 지구 주민 대부분이 난민이 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주말, 간절히 귀향을 기다렸던 수많은 민간인들은 이 긴 기다림이 여전히 이어지리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 협상의 1단계로 인구 밀집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기로 한 IDF가 지난 19일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에게 가자 지구 경계선을 따라 자신들이 설정한 완충 지대 및 가자 지구 중심부 넷자림 회랑(가자 지구를 횡단하는 도로) 주변 군사 지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에는 앞으로 일주일 안에 남부에 지내고 있는 일부 난민들이 이 회랑을 가로질러 북부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예상되었다.

석방된 에밀리 다마리가 어머니 다마리와 함께 있는 모습
Reuters
이번에 석방된 인질 중 하나인 에밀리 다마리가 어머니 맨디를 만난 모습. 에밀리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중 손에 총상을 입었다.

텐트 및 임시 대피소에 의존해 지난 15개월간 영양실조, 질병 등의 고통 속에서 극한의 상황을 견뎌온 가자 지구 주민들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휴전 합의에 기뻐하면서도 압도적인 규모의 파괴와 상실 앞에 복잡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는 헬렌 자브리(41)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맙소사, 복잡한 기분"이라고 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아프다"는 자브리는 "오빠와 오빠 가족 전부가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는 수감자로 잡혀갔다. 급류와도 같았던 유혈 사태가 멈춰서 매우 기쁘지만, 고통이나 상실이 없는 가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라파 등 남부 지역 출신 주민 중 일부는 지난 19일부터 도보로 귀향길에 나섰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난민들이 모두 고향과 일상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시티 등 가자 지구 북부 지역의 경우 이번 전쟁 기간 거의 모든 곳이 파괴되었다.

UN 산하 기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과 철거로 가자 지구 전역의 건물 중 60%가 손상되거나 파괴되었으며, 이로 인해 난민 대부분이 대피소에 머물거나 제대로 된 쉼터가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UN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의 줄리엣 토우마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대피소 대부분이 과밀 상태로, 많은 이들이 노숙하거나 임시 구조물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면서 "따뜻한 옷가지 등 기본적인 물품도 부족한 상황이다. 인간이 살기 적합한 생활 조건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폐허가 된 가자 지구 북부의 모습
Reuters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분쟁으로 4만6700명 이상이 숨졌다고 한다

가자시티의 교육부 직원으로, 칸 유니스의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는 누라 자쿠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괴되고 폐허가 되었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가자 시티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냥 가자 시티로 가서 그곳의 공기 냄새를 맡고 싶다"는 자쿠트는 "돌아갈 집이 없음을 안다. 그러나 최소한 이번 휴전으로 우리는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깊은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다이버가 잠시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온 듯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휴전 협상 1단계가 타결되며 15개월간의 고통 끝에 인질 3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19일 밤늦게 공개된 영상 속 인질들은 텔 아비브 인근 병원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에밀리 다마리의 어머니 맨디는 성명을 통해 딸이 "가자 지구에서 겪던 악몽이 끝났다"면서 "딸을 위한 싸움을 멈춰주지 않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휴전 1단계에서 인질 33명이 석방될 예정이나, 이들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으며, 일부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은 인질 중 아동은 2명뿐으로, 각각 2, 4살 난 크피르, 아리엘 비바스 형제이다.

어린 비바스 형제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부모 셰리, 야르드와 함께 납치되었다. 하마스는 2023년 12월 셰리, 크피르, 아리엘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이스라엘 당국은 이들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

야르드의 사촌인 일론 케셰트는 크피르의 2번째 생일이었을 18일 밤, "희망을 품기 두렵다"는 마음을 전했다.

케세트는 상상하는 순간부터 속이 뒤집어져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셰리와 아이들이 살아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기적"일 것이라고 했다.

엘리 비바스가 어린 크피르의 석방을 촉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Reuters
가자 지구에 붙잡혀 있는 최연소 인질인 크피르의 할아버지 엘리 비바스가 손자의 석방을 촉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인질 중 두 번째로 최고령자인 오데드 리프시츠(84)의 손자 다니엘은 19일 "휴전이 시작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를 볼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다니엘은 "하지만 동시에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는지 알 수 없기에 오늘은 (특히) 더 힘들다. 장례식을 준비해야 하는 건지, 잔치를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3명이 풀려나는 대가로 지난 19일 아침,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의 오페르 구치소에서도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90명을 석방했다. 수감자들도 마찬가지로 적십자사에 인계된 이후 집으로 돌아갔다.

서안 지구 베이투니아 지역에서는 이들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도로를 막고자 불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서안지구 주민들은 여전히 향후 6주간 이 위태로운 휴전이 깨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지난 19일 오전 휴전 이행이 지연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협상 조건이 다시 한번 깨질 경우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전쟁 목표를 계속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날(19일)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일부 극우파 장관들이 이번 합의 조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사임하면서 안 그래도 취약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내각 장악력은 더욱 흔들리게 되었다.

시모나 스테인브레허와 아비 샴리즈가 포옹하는 모습
BBC
이번에 석방된 도론 스테인브레허의 어머니 시모나가 아비 샴리즈와 포옹하고 있다. 아비의 아들 알론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이 오인 사살한 인질 3명 중 하나다

이번 합의를 가장 격렬하게 비난하는 인물 중 하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가자 지구 내 하마스 궤멸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요 전쟁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휴전이 이루어졌다며 오랫동안 이번 휴전에 반대해왔다.

그리고 19일, 벤-그비르 장관은 자신이 속한 극우 '유대인의 힘'당은 휴전 승인에 반발하며 줄줄이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네타냐후 정보를 전복할 의도는 없다고 했으나, 이들이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은 더욱 궁지에 몰려 의회에서 아주 간신히 과반을 지키게 되었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자신 또한 "이스라엘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표현한 이번 휴전 합의에 반대했던 이들을 비난하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르 장관은 "테러 조직과 맺는 모든 합의가 나쁘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을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은 위험하며, 큰 대가가 따라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거래 조건을 놓고 "내각 내에서도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미 15개월 이상 잡혀 있는 우리의 형제자매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고자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데려오고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편 BBC는 이스라엘과의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운영하던 가자 지구 검문소들에 대한 통제권이 하마스 측에 넘어갈 것이며, 하마스 측이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함께 북부로 이동하는 난민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어떻게 전투대원들의 북부 귀환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수많은 이들이 이동하고, 구호물자에 군중이 몰리면서 혼란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19일 휴전이 시작된 후 가자 지구 중심부 소재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한 남성이 아이를 공중으로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Reuters
가자 지구의 수많은 난민들은 이번 휴진에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휴전이 발효된 지 15분 뒤부터 구호 트럭이 가자 지구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대한 양이 필요하다. 이번 분쟁 이전에도 가자 지구는 구호 물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UNWRA 측은 농지와 식량 인프라가 파괴된 상황에서 매일 트럭 600대 정도는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 카이로의 전담 작전 센터를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이번 휴전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구호 물자 유입으로 인한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휴전 1단계에서는 기본적으로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서 이 과정을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안사리 대변인은 이번 협상을 "가자 지구의 마지막 기회이자 이 지역의 마지막 기회"라고 표현했다.

"이는 희망을 위한 협상이자, 미래를 위한 엽상이며, 우리 모두를 위한 협상"이라는 것이다.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임명해 조 바이든의 중동 협상팀에 합류시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번 휴전 소식을 환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늘부터 인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멋진 젊은 여성 3명이 먼저 풀려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한편 19일 밤 압달라 샤비르는 가자시티에서 휴전의 기쁨을 작게나마 누리고 있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인 그는 전쟁이 시작된 날부터 쉴 새 없이 사망자 수백 명과 부상자 수천 명을 돌보았다.

샤비르는 "이 사람들이 우리 주민들이기에 계속 일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기쁘다. 중요한 것은 유혈 사태가 멈췄다는 것이다. 신이 바라신다면 다른 모든 것이 뒤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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