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의 조선·해운·물류산업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며 관세 부과 등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 조선산업 쇠퇴는 자국의 행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일 미국의 대중국 제재 조치가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수주확대와 시장 점유율 증대 등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글로벌 해운·물류·조선 분야에서 중국의 행동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해당 분야를 겨냥해 지배하려는 목표가 불합리하고, 이는 미국의 무역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한다”며 “무역법 301조에 따라 행동이 가능하다(actionable)”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중국이 조선업에서 우위를 추구하는 행태에 대해 “외국 기업을 배제하고 시장 지향적인 기업과 노동자의 상업적 기회를 박탈하며 경쟁을 줄이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 미국 철강노조(USW) 등 5개 노동조합의 청원으로 시작됐다. USTR는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외국 기업에 대한 장벽 강화,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도용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며, “중국이 해운·조선·물류부문에서 인건비를 의도적으로 가혹하게 낮췄다”고 비난했다.
또한 USTR은 “미국의 국제 무역이 중국에서 제작되고 중국 국유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중국 해운기업이 소유한 선박에서 이뤄지며 점차 중국이 지배하는 글로벌 해운·물류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정책·관행에 대응할 권한을 미국 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이다. 지난 2018년부터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 근거로 해당 조약을 활용해왔다.
USTR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의 중국의 점유율은 2000년 5%에서 2023년 50% 이상으로 급증한 반면 미국의 점유율은 1% 이하로 떨어졌다. 연간 선박 건조량에서도 중국은 매년 1700척의 선박을 건조하는데 반해 미국은 연간 5척 미만에 그쳤다.
USTR은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자국 해운·조선기업에 50억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같은 기간 중국국유은행을 통해 127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USTR은 “이용 가능한 데이터 부족으로 중국의 국가 재정 지원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불투명성으로 중국은 해운·물류·조선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의 실제 규모를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중국이 해당 부문을 표적으로 삼아 우위를 점하는 것은 공정하고 시장 지향적인 경쟁을 훼손하고 경제적 안보 위험을 증가시키며 미국 산업과 이에 의존하는 지역사회의 재활성화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301조에 따른 조사 결과는 미국에 투자하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긴급 조치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류펑위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은 사실적 근거가 부족하고 경제 상식에 어긋나는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입장문을 통해 “미국의 301 조사는 자국내 정치적 필요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목표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다자간 무역체제와 국제무역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미국 조선업의 쇠퇴는 중국과 무관하며 중국 조선업이 부상하기 전부터 미국 조선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이미 미미했다”며 “중국의 해운 시장은 항상 전세계에 개방돼 왔으며 외국 선박과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정책을 채택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선박공업협회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한 301조사를 무책임하게 시작했으며 잘못된 조사를 바탕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며 “여기에는 거짓말과 왜곡이 가득하며 중국 선박 산업발전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과 악의적인 비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대형 조선기업의 고위 임원은 “선주들은 이에 대비한 준비를 마쳤으며, 전반적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선주들은 다른 나라에서 건조된 선박을 미국 항로에 배치하고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은 다른 항로에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USTR의 조사 결과에는 구체적인 처벌 권고안이 포함되지 않아 향후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맡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중국이 자국 기업에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강제 이전하도록 했다는 내용의 USTR 보고서를 근거로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수천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또한 새로 부임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정책을 추진해 온 인물로, 이번 임기에서도 중국에 대한 고관세 부과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지적하며 글로벌 조선시장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은 한국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항만 이용료를 추가 부과할 경우 중국 조선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대신 한국 조선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미국이 중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았던 한국 조선업이 대체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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