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건물. / 사진=뉴시스 김선웅 기자 /사진=김선웅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르면 이날, 늦어도 21일에는 MBK·영풍 측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7일 열린 가처분 첫 심문 기일에서 "기록을 최대한 검토하고 21일을 넘겨서 결정할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임시 주총이 23일로 예정된만큼 그 이전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가처분 소송은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지난해 12월10일 집중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제안하고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도록 청구하는 주주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주는 이사 후보자 1명 또는 여러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 10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10표를 행사할 수 있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 46% 가량이며 최윤범 회장 측의 지분율은 34% 가량으로 추정된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3%룰'에 따라 MBK·영풍 측의 의결권은 24% 수준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MBK·영풍에는 불리한 안건이다.
이 때문에 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최윤범 회장의 자리보전을 위한 꼼수라며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의안 상정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소송의 쟁점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문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상법에선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고려아연은 일반적인 주주제안 요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이 이뤄졌고 이미 판례상으로도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MBK·영풍은 소수주주 제안이 이뤄졌을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서는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 역시 불가능하다고 주정한다.
법원이 MBK·영풍의 주장을 인정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반대로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면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 시도는 불발될 가능성이 커진다.
집중투표제를 둘러싼 국내외 기관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등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했다.
반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이번 임시 주총의 캐스팅보터인 국민연금 등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법원은 법리적 판단 외에도 그간 제기돼 온 여러 논의들을 폭넓게 살펴 집중투표제 안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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