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사진=추상철
20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금지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이르면 이날, 늦어도 21일에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7일 영풍·MBK가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첫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에서 양측 대리인단에게 "기록을 최대한 검토하고 21일을 넘겨서 결정할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주는 이사 후보자 1명 또는 여러 명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사 10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10표를 행사할 수 있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 46% 가량이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3%룰'에 따라 MBK·영풍 측의 의결권은 24%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MBK·영풍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최윤범 회장의 자리보전을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처분 소송의 핵심 쟁점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이다. 상법에선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고려아연은 일반적인 주주제안 요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이 이뤄졌고 이미 판례상으로도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MBK·영풍은 소수주주 제안이 이뤄졌을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서는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 역시 불가능하다고 맞선다.
만약 법원이 MBK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최 회장 측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게 된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면 MBK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오는 23일에는 '본게임'인 임시 주총이 예정돼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 주총에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회의 이사 수 상한 19명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아울러 ▲이상훈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이형규 인천도시가스 사외이사(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 석좌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 와이만 선임고문 ▲정다미 유니드 사외이사 ▲이재용 코드잇 사외이사 ▲최재식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 등 7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집행임원제 도입 ▲사외이사 12명 및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 총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냈다.
MBK·영풍이 추천한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수진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전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김재섭(DN솔루션즈 부회장(상근고문) ▲변현철 변호사(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 원장 ▲이득홍 변호사(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천준범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홍익태 전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 본부장 등 12명이다.
기타비상무이사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 2명을 추천했다.
각 안건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이번 분쟁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최근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 찬성하기로 입장을 결정했다. 캐스팅보터로 주목받아온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편을 들면서 경영권 방어에 힘이 실렸다는 관측이다.
양 측은 임시 주총까지 남은 기간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주주들의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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