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틱톡'이 미국 내 앱 운영을 중단했다. 틱톡은 이른바 '틱톡 금지법'에 따라 미국 내 사업권을 현지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해야 한다.
미국에서 금지 법안이 시행되기 몇 시간 전 자체적으로 앱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틱톡에 접속하면 표시된 알림메시지에는 "틱톡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어, 당분간 미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알림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우리와 함께 틱톡을 복원하기 위한 해결책을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적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현지시간 20일 취임하면 "아마도" 틱톡에 90일 동안 금지 조치를 유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 금지 조치를 강행한다면 틱톡에 대한 금지 조치가 동맹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미국 입법부는 틱톡 소유주인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바이트댄스는 이를 부인했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금지 조치를 되돌리지 않는다면, 전문가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의 테크 기업이 미국에서 축출되었던 전례처럼 틱톡 금지 조치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BBC에 이와 함께 속도는 더디지만 소셜 미디어 앱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폴리시 저널'의 에디터인 에밀리 테일러는 "중국의 화웨이와 러시아의 카스퍼스키에서 일어났던 일과 틱톡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사이에는 큰 유사점이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생각한다면 전면적인 금지 조치가 시행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웨이나 카스퍼스키 모두 사이버 보안 당국이 결정적인 증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비난을 받았다.
틱톡도 마찬가지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카스퍼스키의 대표 백신 소프트웨어 제품은 미국 내 민간 및 군용 컴퓨터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2017년 해당 백신을 러시아 정부가 해킹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의혹은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거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영국을 비롯해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하나둘씩 카스퍼스키 백신을 놓고 제한, 경고 또는 금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작년에 미국 전역에서 금지 조치가 발효되었다. 하지만 이미 이러한 조치는 무의미한 상황이었다. 카스퍼스키가 미국 사업부를 폐쇄한 데 이어,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영국 사업부의 문도 닫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카스퍼스키는 줄곧 미국 정부가 독립적으로 위험을 검증하기보다는 "지정학적 환경과 이론적 우려"에 근거해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해 왔다.
사이버 보안 기업 비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금지 조치 발표 이후 카스퍼스키 사용 감소는 단지 미국으로 끝나지 않았고, 최소 25개 국가에서 사용이 줄었다. 게다가 이들 국가중에는 사용을 금지하는 분명한 공공 정책이 없는 곳도 많았다.
중국 통신 대기업, 화웨이에서도 거의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화웨이는 2019년경 회사의 경영진이 체포되면서 안보 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미국은 화웨이와 통신장비업체 ZTE 등을 가장 위험한 중국의 테크 기업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너무 가깝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화웨이의 인기 있는 5G 키트가 통신을 감시하거나 저하시키는 데 쓰일 수 있기 때문에, 통신 네트워크 안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화웨이 영국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미국이 화웨이를 금지 및 차단 또는 제한하기로 결정하면 동맹국들도 불가피하게 이를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화웨이 직원은 "영국과 다른 나라들은 독자적으로 안보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미국이 비공개로 로비를 거침없이 벌이고 있었다"며 "그들은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국가 안보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안보 문제에 대한 강도높은 로비를 벌이는 것은 사이버 정책의 여러 측면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이브 아이즈 동맹'
이러한 로비는 보통 '파이브 아이즈 동맹'에 속한 국가부터 시작된다.
파이브 아이즈 동맹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영어권 민주주의 국가 간에 체결된 긴밀한 정보 공유 협정이다.
현재 이 동맹에 속한 모든 회원국이 정부 장비에서 틱톡을 금지했다. 일부 회원국은 공개적인 경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캐나다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틱톡의 캐나다 사업 중단을 명령한 것이다.
틱톡은 이미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에스토니아,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대만 등에서도 국가가 채용한 직원이나 공무원, 군인의 통신 기기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화웨이와 카스퍼스키 사례에서 보았듯이, 파이브 아이즈 동맹의 연쇄 반응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같은 다른 영향력 있는 국가들도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다.
화웨이와 카스퍼스키에 대한 금지 조치 당시 영국 국가 사이버 보안 센터의 책임자였던 시아란 마틴은 일반적으로 미국이 기업에 대해 국가 안보 또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면 결국 영국과 동맹국도 이를 따르게 된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하지만 틱톡과 관련된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그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 속단하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금지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힌 만큼, 우리는 틱톡이 예외가 될지 또는 그가 동맹국들에게도 금지 조치에 동참하라고 주문할지 알지 못합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죠."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틱톡에 대해 가진 입장은 틱톡을 금지하려 했던 그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다. 재선을 위한 선거 운동에서 틱톡 동영상으로 지지를 얻은 후, 틱톡에 대한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에밀리 테일러는 이처럼 아직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요인 때문에 틱톡이 화웨이와 카스퍼스키와 다른 길을 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동맹국들이 틱톡 금지에 동참할지는) 미 행정부가 얼마나 많은 압력을 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외교 정책 의제가 많다면, 동맹국들에게 금지 조치를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 정책 의제 목록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다른 국가들이 금지 조치를 하지 않고 대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기타 국가들
미국의 금지 조치 이후 틱톡에 대해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측면은 미국 고객 없이도 틱톡이 계속 성공을 이어갈 수 있는지 여부다.
1억 7000만 명의 사용자를 잃는다면 어떤 앱이든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특히 미국 사용자는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틱톡 숍에서 일어나는 직접 매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다.
다른 서방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갈 경우, 틱톡은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새로운 기능 개발이 위축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 스냅챗 같은 미국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틱톡은 또 다른 거대 시장인 인도에서도 금지되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자매 앱인 더우인에 밀려 존재감이 약하다.
결국 세 개의 크고 중요한 시장에서 틱톡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카스퍼스키와 화웨이는 모두 자국 고객에 의존하고 아프리카 및 중동과 같은 지역으로 전환하여 폭풍우를 이겨내려 하고 있다.
따라서 틱톡도 이런 지역에서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금지 조치가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이 앱은 지금과 같은 성장을 누리지 못하고 서서히 죽음을 향해 시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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