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는 강성형(55) 현대건설 감독이 선수들에게 최근 강조하는 2가지는 ‘즐거움’과 ‘여유’다.
지난 12일 페퍼저축은행전 1-3 패배는 뼈아팠다. 현대건설은 이 경기를 잡았다면 흥국생명을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순위는 뒤바뀌지 않았다. 17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만난 강성형 감독은 “이기면 선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이 선수들의 마음에 조급함을 가져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여유를 가지면서 경기를 하자’고 했다. 어차피 기회는 온다. 선수들이 즐겁게 배구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IBK기업은행전에서 사령탑의 바람에 응답했다. 코트 위에 선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고, 몸놀림도 한층 가벼웠다. 배구를 즐기는 게 느껴졌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세트스코어 3-0(25-18 25-15 25-21) 완승을 챙겼다. 2위(15승 6패·승점 46)를 유지하면서 선두(16승 5패·승점 47) 흥국생명을 바짝 추격했다. 양 팀의 승점 차이는 이제 1이다.
경기 후 강성형 감독의 표정도 밝았다. 그는 “선수들이 즐기면서 경기에 임해줬다. 선수들의 표정도 좋았고, 호흡도 좋았다.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 “세터 김다인(27)이 공격을 분산시킨 점도 만족스럽다. 여유 있게 경기를 한 덕분에 여러 가지 플레이를 잘 해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프로무대에서 경기를 즐기기란 쉽지 않다. 이날 15점으로 활약한 ‘베테랑’ 양효진(36)도 “경기를 즐기는 건 늘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페퍼저축은행전이 끝난 뒤에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몸이 경직되는 것 같으니 조금 내려놓고 하자’고 얘기했다”며 “경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준비부터 철저해야 한다. 준비한 것들이 코트에서 잘 실행되고, 짜임새 있게 돌아가면 웃으면서 할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전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준비 과정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령탑의 칭찬을 받은 김다인은 “결과만 쫓다 보니까 순위표에 갇혀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과정에 집중하려고 더 많이 노력했다. 다 같이 코트에서 대화도 더 많이 했다”며 “덕분에 경기가 수월하게 잘 풀렸다. 재밌게 경기를 했다”고 미소 지었다.
현대건설의 다음 상대는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3위(15승 6패·승점 41) 정관장이다. 이 경기를 풀세트 접전 없이 패하게 될 경우 현대건설과 정관장의 승점 차이는 2로 좁혀진다. 강성형 감독은 “정관장은 요즘 잘하는 팀이다. 공격 원투 펀치가 강해서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상대 역시 저희를 쉽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분위기를 끌어올려서 임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승점을 벌릴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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