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지난해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호황을 누렸던 해운업계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정학적 변화와 무역 전쟁, 관세 위협 등 불확실성이 업계의 흐름을 좌우하며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선박 수는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와 같은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글로벌 해운시장은 양대 운하 통항 제한, 미·중 갈등 심화, 미국 동부 항만 파업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인상과 해운동맹 구조 변화 등이 운임 변동성을 주도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화물시장 분석업체 제네타(Xeneta)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아시아에서 미국 서안으로 향하는 40피트 컨테이너 예약 가격은 6000달러로, 한 달전 4004달러에서 50% 상승했다. 아시아에서 미국 동안으로 향하는 컨테이너 운임도 한 달전보다 31% 인상된 71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라 무역장벽 강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의 막판 밀어내기 수출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제네타의 선임 애널리스트 에밀리 스타우스볼은 “많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운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며 “2024년은 운송업체들에게 매우 어려운 한 해였으며 2025년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더 쉬워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해운업계도 올해 글로벌 해운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발주된 신조선이 대거 시장에 유입될 예정이어서 선사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선복량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 16일 개최한 ‘2025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최상희 KMI 연구부원장은 “올해 해운업계는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운임 하방 압력이 존재하며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환경 규제 강화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의 운영 비용 효율화와 공급망 다변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MI에 따르면 올해 컨테이너 선대 증가율은 5~6% 내외로 전망되는 반면 수요 증가율은 2.9%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과잉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8%와 10%의 선대가 증강된 상태에 올해 또 6%가 늘어난다는 것은 ‘선박 증가가 가파르다’는 의미”라며 “지난해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량은 440만TEU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향후 2~3년 간 신조선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올해 선박 수요는 지난해 5% 증가한데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라며 “특히 발틱국제해운거래소(BIMCO)는 2026년 수요가 5~6%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컨테이너선 운임이 유지되다가 어느 정도 하락하는 선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급락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일부 완화된 모습이다. 미국 동부 항만노조 파업 해소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로 해운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해운동맹 재편, 탄소중립 규제 등 해결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황수진 KMI 해운시장연구실장은 “2월부터 오션얼라이언스(OA), 제미나이,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MSC 체계로 글로벌 해운 동맹은 재편될 예정”이라며 “선복 과잉 시대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얼라이언스 출범과 재편이 운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상 부분에서의 보편관세 부과와 중국산 최대 관세 부과는 대미·대중 수출을 위축시키고 소비 둔화 등 내수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해운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수에즈운하의 운항 정상화 시점에 대해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수에즈운하의 운항이 가능해지면 선박 공급 증가율은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업계 내에서는 휴전이 바로 수에즈운하 운항 정상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화 시점은 올해 4분기 정도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27년부터 예고된 ‘선박 탄소세’...친환경선 전환 위한 정부 지원 촉구
오는 2027년부터 전세계 모든 선박에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최초로 국제 기준에 맞는 탄소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업계의 ‘넷제로’ 목표를 추진 중이며, 4월 열릴 회의에서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른 탄소세 부과를 승인할 계획이다. 이후 올해 말 최종 채택을 거쳐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탄소세에 대한 세부 매커니즘이 확정되면서, 해운업계는 친환경 전환을 위한 경제적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해운업계는 정부에 친환경 선박 전환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며 선박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치병 KMI 해사산업·안전연구실 전문연구원은 “에너지 전환 없이는 100% 완벽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에너지 기업들이 기존 화석연료보다 비싼 친환경 연료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에너지 기업이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업계에서도 비싼 친환경 연료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양창호 상근부회장은 “향후 5년 간 국내에서 친환경선으로 대체해야 할 노후선과 탄소집약도지수(CII) D등급 선박은 605척에 달하지만, 현재 발주된 친환경 선박은 55척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모두 신조선으로 교체하려면 약 49-55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선박금융 확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금융의 우선적인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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