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나들이
2000년 3월 16일.
간신치 회장 인사파동이 난지 이틀이 지났다. 왕회장은 새벽 5시 40분에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갑자기 울산으로 떠났다.
그의 이날 심기를 정확하게 읽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얼굴 표정이 사라진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오후 3시에 휸다이그룹 본사에서 아산재단 행사에 참여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아산장학생으로 뽑힌 대학생,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기로 했던 것이다. 아산장학회 실무진은 크게 당황했다. 급히 행사 일부 내용을 바꿨다.
그는 왜 갑자기 울산으로 떠났을까.
왕회장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꼭 울산을 찾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에도 그랬다. 그는 휸다이중공업과 휸다이자동차가 있는 울산에 애정이 많다. 마음이 심난할 때 울산을 둘러보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했다.
올해 들어 서산농장에도 자주 들렀다. 왕회장은 서산농장에서 소 떼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내가 저 소들을 가지고 고향에 가야 해.”
북한에서 아버지 몰래 소를 팔아 서울로 온 것은 알려진 얘기다. 그는 소 떼를 몰고 북한에 다녀왔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북한에 소 한 마리도 못 보내 준 사람처럼 이곳을 들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왕회장은 이미 거동이 불편한 85세 노인이었다. 지방여행을 다니는 것은 무리였다. 그런데도 부쩍 답답하다며 지방을 자주 다녔다. 그렇다면 이번 울산 방문도 간신치 회장의 거취를 놓고 그만큼 스스로 고민한 것일까?
왕자구 회장 측은 “왕회장이 간신치 회장을 경질하고 마음이 복잡해 여행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왕자헌 회장 측은 “그렇지 않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왕회장의 건강상 간신치 회장의 인사발령을 아는지 조차 의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여기서 왕회장의 청운동 집 관리인의 말이 관심을 끈다.
“내가 집에 눌러앉아 있으면 회사 직원들이 움직이지를 않아!”
왕회장이 이날 새벽 청운동 집을 나서며 남긴 말이라는 귀띔이다. 간신치 회장 인사파동으로 인한 장고 여행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왕회장이 이날 울산 영빈관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휸다이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 12시에는 휸다이자동차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그는 지방에 내려오면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왕회장은 휸다이건설에서 사실상 사업을 시작했다. 따라서 거친 건설인부들을 잘 다뤄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그는 직원들은 잘 먹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에게 먹는 것부터 자부심 을 갖도록 배려한 셈이다.
왕자헌 회장 측 말이다.
“왕회장은 직원을 머슴이라 표현하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그 는 구내식당 반찬을 잘 차리도록 지시했다. 부인인 변석중 여사에게 구내식당을 가보라고 자주 말했다. 그래서 변석중 여사는 겨울철이 되면 구내식당 김장을 담가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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