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중국 기업들이 저가의 선박 물량공세로 무섭게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며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계는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의 대량 공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신규 선박 규모는 6581만CGT(표준선 환산 톤수·2412척)로 과거 조선업 호황으로 여겨지는 2014년경(3969만CGT) 대비 약 66% 증가했다.
글로벌 수주 시장이 10년간 크게 늘어났지만 국내 수주 점유율은 같은 기간 크게 줄었다.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2014년 29.7%에서 지난해 17%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531만CGT에서 4645만CGT(1711척)로 대폭 수주가 늘어나며 점유율이 38%에서 70%로 급증했다.
급증하는 수주를 바탕으로 중국 조선사는 글로벌 조선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은 2000년 5%에서 2023년 50%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급격한 시장 점유율 잠식의 배경에는 LNG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기술력이 필요 없어 건조가 손쉽고 이에 따라 가격도 저렴한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이른바 저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중국 업계에 맞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어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자율운항 및 친환경 선박 등 신기술 등에 대한 전폭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나가 미래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한정된 캐파 내에서 중국 조선업계와 맞서려면 아직 중국이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LNG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하나를 팔더라도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것”이라며 “향후에는 고객인 해운사들이 필요로 할 자율운항 또는 친환경 연료로 움직이는 선박 등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조선업계 대비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조선사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뒤처지는 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용 전기세 인하와 공정 자율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 중 인건비와 전기 비용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산업용 전기료 인하를 비롯해 높은 인건비를 대체할 수 있는 조선 공정 자율화 시스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국내 조선업계가 쇠락한 미국 조선업을 대신해 미국 해군력 보강에 필수적인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 중이다. 이같은 기회를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미 해군이 중국과의 전력 경쟁 중이고 자국의 조선업 공급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미국은 해군력 보강을 위해 당분간 동맹국인 한국의 조선업계를 파트너로 삼으려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의회예산국이 미국 해군의 ‘2025 건조계획’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해군은 향후 30년간 1600조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군함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연평균 약 52조원 규모다. 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국내 조선업계는 미래 신기술 선박에 필요한 연구개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