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중, KT 고영표, SSG 김광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의 스트라이크존이 하향됐다. 누구에게 좋은 일일까.
지난달 KBO는 2025시즌부터 ABS 존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존은 지면으로부터 신장 비율 56.35% 높이를 상단, 27.64%를 하단 기준으로 정해 운영됐다. 조정 후 기준은 상단 55.75%, 하단 27.04%가 됐다. 키 180㎝의 선수에게는 존이 약 1㎝ 낮아지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존 중간면과 끝면을 모두 포함해 존 전체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BS 존 조정 소식이 발표되자, 이른바 ‘떨어지는 변화구’를 앞세우거나 릴리스포인트가 낮은 사이드암 투수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해당 유형 중 지난해 ABS 도입 이후 적응에 애를 먹은 투수가 적지 않아서다. 지난해 엄상백(한화 이글스)은 “공이 경계에 꽂혔다고 생각했을 때, 낮은 코스보다 높은 코스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좀 더 자주 받은 인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종적 움직임이 큰 구종을 자주 구사하는 투수에게는 ‘ABS 존 조정이 호재’라는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포크볼, 커브,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다. 포크볼 구사율이 높은 김원중과 구승민(이상 롯데 자이언츠), 체인지업을 앞세우는 고영표(KT 위즈), 최근 커브를 자주 활용하는 김광현(SSG 랜더스)이 대표적이다. 김광현은 파워피처에서 맞혀 잡는 유형으로 변신한 뒤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우되, 제3의 구종인 커브를 적절히 활용해 승부하고 있다.
모두 지난 시즌 초반 ABS 적응을 어려워하거나 성적 하락세를 겪은 투수다. 실제 이닝당 출루허용(WHIP)에서 김원중(1.19→1.42), 구승민(1.48→1.79), 고영표(1.15→1.55), 김광현(1.38→1.45) 모두 전년 대비 부진했다. 각 구종을 스트라이크존 안에 집어넣은 비율 또한 고영표(28.7%→26.4%), 김광현(34.2%→33.3%)은 낮게 나타났다. 김원중(30.4%→33.5%), 구승민(40.7%→41.1%)은 반대 경향을 보였는데, 둘은 스트라이크존 하단보다 중·상단에 높게 던지는 경향이 강했다. 즉, 하단 공략이 예년만큼 수월하진 못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ABS 존 조정으로 다시 하단 공략이 수월해지면 성적 향상도 기대해볼 수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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