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남성형·여성형탈모와 전혀 다른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특히 전두탈모 및 탈모부위가 50% 이상인 중증원형탈모는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문제는 최근 효과적인 신약들이 나왔는데도 급여혜택을 받지 못해 많은 중증원형탈모환자가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에 중증원형탈모의 치료환경을 개선, 더 많은 환자가 경제적 부담 없이 지속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의료현장의 전문가들과 언론, 국회의원 연구단체, 정부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첫 토론의 장이 열렸다. 오늘(16일) 국회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는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 헬스경향, 대한모발학회 공동주최로 ‘중증원형탈모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 이수진 대표의원(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사를 통해 “보건복지위 위원이자 포럼 대표의원으로서 중증원형탈모환자와 가족이 마음 놓고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법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 남인순 고문(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부분들이 법제화되고 소아를 비롯해 중증원형탈모환자들이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前)국회 건강과 돌봄 그리고 인권 포럼 소속 박희승 의원(현(現)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법제사법위 의원으로서 치료환경개선을 위한 법안이 마련된다면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헬스경향 조창연 대표이사는 “최근 5년 사이 중증원형탈모에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개발됐지만 고가의 치료비와 제도적 한계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이 자리를 계기로 중증원형탈모로 고립은둔생활을 하던 환자들이 어둠 밖으로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모발학회 권오상 회장은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간 두터운 관계는 물론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중증원형탈모환자의 치료환경개선에 획기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좌장을 맡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김길원 회장은 “그동안 잘 몰랐던 중증원형탈모에 대해서 공부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첫 주제 발표자로 나선 대한모발학회 허창훈 부회장(서울의대 피부과 교수)은 ‘원형탈모의 의학적 정의 및 국내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허창훈 교수는 “원형탈모는 일반적인 남성형·여성형 탈모와는 다른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두피뿐 아니라 눈썹, 팔다리 등 모발이 있는 부위 어디든 생길 수 있으며아토피피부염, 류마티스관절염 등 다른 면역질환을 동반할 위험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연간 약 18만명의 환자가 원형탈모로 힘들어하고 있으며 그중 중증은 최소 9000~1만8000명으로 예상된다”며 결코 환자수가 적지 않음을 알렸다.
다행히 최근 중증원형탈모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JAK억제제와 같은 면역치료제가 개발되고 일부 신약이 국내에서도 허가되면서 치료제가 다양해졌다. 하지만 해당 신약들은 아직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접근성은 떨어지는 실정이다.
대한모발학회 장용현 보험이사(경북의대 피부과 교수)는 ‘중증원형탈모의 치료 변천사’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용현 교수는 ”JAK억제제 같은 효과적인 면역치료제가 국내에서 허가받아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많은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형탈모 역시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처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형탈모는 한창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대인관계, 구직활동 등에도 큰 제약이 따른다. 또 학동기 소아청소년에서 발생 시 자존감, 자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심하면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지막 주제 발표자로 나선 대한모발학회 이영 이사(충남의대 피부과 교수)는 ‘국내 중증원형탈모의 치료환경 및 환자 삶의 질’을 주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원형탈모환자들의 심각한 삶의 질에 대해 설명했다.
이영 교수는 ”특히 중증원형탈모는 사회심리적으로 위축돼 은둔·고립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모발의 신체 보호기능이 사라져 두피자극, 일광화상, 결막염, 비염 등 외부 자극에 취약해진다“며 ”신체·정신건강 모두에 영향을 주는 만큼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이 크다“고 피력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전문가들은 물론 언론과 환자, 정부관계자 등 보다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한국원형탈모환우회 주현재 회장은 환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의견을 제시했다. 주현재 회장은 “많은 중증원형탈모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만큼 정신적 고통이 크다”며 “소아중증원형탈모환자들이 신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제도적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한모발학회 서수홍 의무이사(고대의대 피부과 교수)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신약 승인 소식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희소식이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개를 떨구고 뒤돌아서는 환자들을 지금도 매일 보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 측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 이숙현 부장은 “현재 심평원에서도 신약 급여확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급여신청을 해주면 추후 학회와 의견을 나누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본지 이원국 기자는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이원국 기자는 “제도적 지원을 위한 언론과 정부의 역할이 무겁다”며 “신약 급여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원활한 사회활동을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안전망도 구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모발학회 김도영 학술이사(연세의대 피부과 교수)는 역시 “치료과정이 복잡하고 환자들이 겪는 심리·사회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증원형탈모환자들을 위한 의료급여 확대는 반드시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이은주 사무관은 “해당 규제 개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며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중증원형탈모환자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공론화하는 한편 임상현장의 전문가, 언론, 환자, 정부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첫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중증원형탈모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의 장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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