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17년째 이어진 대학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일부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상당수 전문대학들도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점점 높아지는 물가상승률과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예산 규모가 줄어들면서 더욱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등록금을 인상해 학교 시설 정비와 우수한 교·직원 확보 등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16일 전문대학가에 따르면 일부 전문대학들은 지난달부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생들과 등록금 인상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4.9%부터 올해 법정 상한선 최대치인 5.49%까지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이 끊기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인상한 등록금으로 학생들을 위해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는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하며 우수 교수진을 확보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 전문대학들, 치솟는 물가상승률과 재정지원 규모 축소에 등록금 인상 계획 밝혀…“인상된 등록금, 학교 환경 개선 위한 활용에 학생들 ‘공감’” = 등록금 동결이 오랫동안 지속된 가운데 점점 오르는 물가상승률과 재정지원사업비 감축을 견디지 못하고 등록금 인상 계획을 전한 대학들이 줄을 이었다. 학생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인상된 등록금을 학교 시설 정비에 투자하는 것에 공감했다. 또 국가장학금 2유형 연계가 끊기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올해 등록금을 5.49% 올린다고 밝힌 충청권 전문대학 기획처장 A씨는 “우리 대학은 두 차례 정도 학생 대표단들과 함께 예산 현황을 보고했고, 학생·총학생회·대의원장 3명이 상세 예산 설명을 했다. 학생회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등록금 인상을) 동의했다”고 말했다.
등록금 5%를 인상할 예정인 호남권 전문대학 기획처장 B씨는 “등록금 인상이 17년 만에 처음이라, 총학생회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 아직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시작되진 않았는데, 그렇게 진행될 예정”이라며 “현재 광주·전남지역 등은 등록금을 올리는 기조로, 웬만한 대학들은 (등록금을) 다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6년 만에 처음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수도권 전문대학 기획처 관계자 C씨는 올해 등록금 5.46%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C씨는 “1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은 확정됐다. 사실 우리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려고 현재 학생회 이전부터 약 5차례에 걸쳐 미팅을 주기적으로 했다. 충분히 대학 상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며 “학생들이 작년부터 ‘차라리 등록금을 올려서라도 환경 개선을 해달라. 한 학기에 등록금 20~30만 원 올리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 내용을 작년에 우리 대표들한테 들었다”고 설명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위치한 전문대학 부총장 D씨는 “우리 대학은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고,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확정하지 않았다. 작년 12월에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열렸을 때 등록금 인상에 대한 의견은 얘기했고, 1월 최종적으로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 때 확정해 결정해야 한다”며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열렸을 때 학생회장이 참여했는데, 학생회장도 등록금 인상 의견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국 사립 전문대학 중 우리 대학보다 등록금이 저렴한 곳은 몇 없을 정도로, 워낙 등록금이 저렴한 편이다. 약 17년 만에 등록금을 처음 올리고, 이제는 인건비 줄 돈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등록금 최대 인상치인 5.49%를 올릴 계획인 서울권 전문대학 기획처 관계자 E씨는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E씨는 “(등록금을 인상하게 된 계기는) 재정 압박이 제일 크다. 등록금 인상률을 감안하더라도 마이너스”라고 토로했다.
등록금을 4.9% 정도 인상한다는 부·울·경권 전문대학 기획처장 F씨는 “현재 의사결정자(총장)와 의견이 조금 나눠져서 다음 주에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래서 아마 다음 주 월요일쯤 최종 결정이 될 것 같다”며 “약 3차례 정도 학생, 대표들과 의견수렴을 했는데, 사실 오랫동안 등록금이 동결돼 온 상태였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그러나 최대 상한액까지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에는 조금 반대 의견을 냈었고, 아직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여건, 우수 교수 확보, 기자재·실습 재료 확충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재정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갖춰져야 되는 점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이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그동안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을 조건으로 대학들에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했는데, 등록금을 올리게 되면 국가장학금 2유형에 대한 지원이 끊긴다. 이 때문에 등록금을 동결해온 대학들도 있었다.
호남권 전문대학 기획처장 G씨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만큼 2유형 장학금이 없어지니, 학생들이 크게 불편함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보완은 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 보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아마 대학들은 이에 대한 계산은 다 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마다 적어도 2유형 장학금은 커버를 한다는 조건에서 인상을 하게 되면 적어도 5% 이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권 전문대학 부총장 H씨 역시 “올해 등록금 인상 계획이 있다. 인상하는 방향으로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하고 있고, 구성원들 입장도 받고 있다”며 “(등록금을 인상하게 되면) 국가장학금 2유형 연계가 끊기고 역으로 산출해 국가장학금을 받았던 만큼 해줘야 하니, 그 비율로 역산출하고 있다. 약 5% 내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록금심의위원회는 다음 주나 그다음 주 쯤 열릴 예정이다. 현재 사업체를 운영 중인 동문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인데, 등록금이 이렇게 오랫동안 안 올랐는지 몰랐다고 하면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혁신지원사업비 감액과 기존 재정지원사업들이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로 통합되면서 예산 감축에 대한 우려도 잇따랐다. 그동안 몇몇 재정지원사업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등록금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B씨는 “혁신지원 사업비도 최대 30% 정도 감액된다고 하고, 라이즈(RISE)가 도입되면서 기존에 사업을 해왔던 대학들에 있어서는 어마어마한 손해”라며 “기존 사업을 통해 장학금, 환경 개선, 인건비 등 지원을 받았는데 약 50~60% 정도 예산이 반 토막이 날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투자했던 부분들이 (등록금을) 5% 인상하다고 해서 얼마나 올라가겠냐면서도,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재정지원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지원사업이라도 예전처럼 원활하게 돌아가면 되는데, 라이즈가 시행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대학처럼 사업비를 많이 따왔던 대학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씨는 “재정 압박이 워낙 심하고 더군다나 내년에 혁신지원사업(비)도 줄어드니, 이 부분까지 감안하면 더욱 마이너스가 되는 거다. 총액 기준 566억 원 정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 인상된 등록금, 시설투자·우수 교원 확보 위해 우선 투자할 것…‘마이너스 경영’만 면하자는 언급도 = 등록금 인상 계획을 밝힌 전문대학들은 인상된 등록금을 시설투자 등 환경 개선과 우수 교·직원 확보 등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물가가 오른 만큼 기자재 값 등이 오르면서 시설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등록금 인상을 통해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개선하는 데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또 우수한 교·직원을 확보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와 함께 재정 건전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뤄져 ‘마이너스 경영’만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A씨는 인상된 등록금을 학교 시설, 교원 확보, 학생 복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기숙사 등 오래된 시설을 바꿔야 하고, 기존에 지었던 건물들, 냉·난방기 등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부분들이 고장 나고 있다”며 “우수 교원을 뽑으려면 급여도 많이 줘야 하고, 학생 휴게 시설의 경우 거의 카페급이다. 사실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B씨는 “시설의 보수·보강에 필요한 건축자재 값이 상당히 올랐다. 예전보다 시설 투자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산이 투자될 부분이 굉장히 많아졌다. 인상된 등록금은 시설 쪽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설 투자에 앞서 ‘마이너스 경영’만 면하자는 언급도 나왔다. D씨는 “대학을 사기업체로 놓고 본다면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상태다. 거기에 재정 건전성 평가까지 하고 있다”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도 급급하다. 등록금 5% 올려봐야 10만 원 올라가고, 학생 1인당 10만 원 올려서 뭘 어떻게 투자하겠느냐. 마이너스 경영만 면해보자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D씨는 “재정 부분에 있어 마이너스인 부분을 우선 충당하고 이후 교육 환경 개선 등을 진행한다. 시설 유지·보수하는 것도 굉장히 벅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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