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출신 연기자 최승현(탑)이 지난 공백기를 돌아보며 반성의 뜻을 전했다. 빅뱅 멤버들과 팬들에게 사과하며 앞으로는 건실하게 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한 최승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2016년 그룹 빅뱅 멤버로서 정규 3집 ‘MADE’ 발매 기념 인터뷰에 참여한 이후 9년 만에 취재진을 만난 최승현. 배우로서는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 인터뷰 이후 무려 11년만이었다.
멀끔한 포마드 헤어와 블랙 수트로 정갈한 스타일링을 완성한 최승현은 이날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스무 명이 넘는 기자들이 모두 입장한 후에도 덩그러니 선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조심스레 착석한 그는 “너무 오랜만이다. 11년 만에 인터뷰를 하게 돼 신중한 마음으로 많이 고민했고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적당한 시기를 찾아서 기자님들을 만나 뵙고 인터뷰 하고 싶었는데 늦어진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진실 되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최승현이 이렇게 심경고백부터 꺼내놓은 이유는 논란 가득한 그의 과거사 때문. 먼저 그는 지난 2017년 7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복무 심사 결과 부적합 판정으로 의경에서 강제 전역을 당했으며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마쳤다. 이후에는 별다른 연예계 활동 없이 SNS 세계에서 혼자만의 활동을 이어나갔다.
최승현은 2019년 한 누리꾼이 SNS에 “자숙이나 해라. SNS 하지 말고. 복귀도 하지마라”고 댓글을 남기자 “네!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 동물사진이나 보세요”라고 직접 답글을 달았다. 2020년에는 SNS 라이브 방송에서 “한국에서는 컴백을 안 할 거다. 컴백 자체를 안 하고 싶다. 이러면 또 기사 나니까 옆에서 기사 나간다고 옆에서 말리고 있다. 제발 아무런 생각 없는 사람 기사 좀 내지 말아 달라”며 “사람들이 너무 못됐다. 사랑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최승현은 와인 사업과 민간인 최초 달 비행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연예계와 무관한 행보를 걷는 듯 했다. 2023년 5월에는 스스로 빅뱅 탈퇴를 공식화하며 “나는 이미 탈퇴한다고 얘기했다. 지난해부터 난 내 인생의 새 챕터를 마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빅뱅 탑’이라고 칭한 기사 캡처 이미지에서 빅뱅 부분에 X(엑스)자를 표기하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빅뱅 탈퇴, 연예계 은퇴까지 선언했던 최승현이 ‘오징어 게임’ 새 시즌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은 거부감부터 드러냈다. 이에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최승현이 용기내 출연했다고 강조하며 옹호했다.
하지만 작품이 공개된 후 부정적 반응은 더욱 거셌다. 최승현이 연기한 타노스가 그의 삶을 투영한 듯 전직 래퍼 출신의 마약사범 캐릭터였기 때문. 실제 마약사범이 펼치는 마약 연기를 놓고 부정적 시선이 잇따랐고 연기력 논란까지 맞물렸다. 다만 일부 해외 시청자들은 최승현이 연기한 타노스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꼽으며 호평하기도 했다.
최승현은 뒤늦게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것에 대해 “고민도 많았고 신중한 마음으로 적당한 시기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관계자분들에게 요청해서 이 자리에 나서게 됐다. 기자님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았다. 너무 오랜만에 나서니까 두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캐스팅 논란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반성할 시간들도 더 가지면서 책임감을 가지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작사를 통해서 처음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나 또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캐릭터 설정을 접하고 물론 많이 고민했다. 내 부끄러운 과거와 마주해야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미지 박제’가 될 수도 있는 캐릭터다 보니 인간적으로도 많이 고민되고 망설여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운명적으로 나에게 온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서 오디션 영상을 찍어서 보냈다. 이후 감독님과 만나 뵙고 미팅을 하게 됐다. 여러 번 미팅 끝에 감독님이 또 한 번 더 테이프를 찍어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내가 디자인한 캐릭터를 찍어서 보냈다. 그렇게 캐스팅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승현은 라인업 공개 이후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자 하차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없는 선배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점에서 나로서는 송구스러운 마음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무너질 것 같은 심경이었고 하차도 생각했다. 많이 긴장됐지만 감독님께서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디자인하면서 나와 함께 보내준 시간과 믿음에 보답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제작진과 함께 열심히 만들어나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미 글로벌 히트작이었던 ‘오징어 게임’의 새 시리즈이기 때문에 복귀를 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승현은 “오히려 나에게는 ‘오징어 게임’이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웠고 고민이 컸다. 부담감이 배가 됐기 때문에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햇수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도 나라는 사람을 쳐다봐주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황동혁 감독님이 처음 손을 내밀어 주셨다. 감독님께서 주신 용기와 믿음에 나 또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배우는 쓰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그 믿음에 보답하고 잘 해내는 것이 또 다른 숙제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최승현은 작품 공개 후 호불호 반응에 “평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감내해야 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이어 그는 타노스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상의를 나누고 치밀하게 디자인 한 캐릭터였다. 시나리오 상으로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캐릭터였다.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으로 묘사된 캐릭터였던지라 타노스가 절대 화려하거나 멋있는 래퍼가 아니라 실패한 인생의 힙합 루저 캐릭터로 설정돼 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아무래도 약물에 의존하는 캐릭터고, 우스꽝스럽고 덜 떨어져 보이고 그렇게 설정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설정상 랩도 일부러 어설프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고. 최승현은 “랩 가사는 시나리오에 있었던 것이다. 원래 글자 수가 더 많았다. 시나리오 안에서도 그 신 자체가 생뚱맞은 타이밍에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신이었다. 타노스라는 캐릭터의 정신연령은 거의 짱구 수준이다. 랩을 할 때 ‘힙합 루저’스럽게 오그라드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민망했고 오그라들었지만 내가 맡은 역할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노스가 복용하는 약물 자체가 강력한 약물이라 캐릭터를 연구할 때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 치아도 많이 손상되고 약물이 없을 때 초조하고, 극도의 불안감, ADHD 증상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임장에서 타노스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시작 전 약물을 투약하기 전과 후를 다르게 연기하고자 했다. 극도의 불안감, 초조함이 있기 때문에 리듬감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갔다. 발음도 미국 남부 래퍼들이 하는 멈블랩으로 발음을 흐리면서 연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명기(임시완)와의 화장실 액션 도중 갈비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투혼을 펼쳤다고. 최승현은 “갈비뼈에 금이 간 건 사실이다. 현장에서 간단한 처치를 받았다. 화장실 신은 너무나 많은 분이 같이 함께 액션을 하는 신이다보니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임시완 씨도 워낙 액션신 경험도가 많다 보니 함께 찍으면서 나도 많이 의지했다. 서로 ‘으쌰으쌰’하면서 기분 좋게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둥글게 둥글게’ 게임 도중 빅뱅의 안무를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카우보이 춤인데 빅뱅을 생각한 건 아니다. 전세계 시청자들이 보는 콘텐츠니까 그에 맞춰서 추다가 나도 모르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승현은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표현한 것에 객관적일 수는 없는 것 같다. 국내외 호평과 혹평 모두 모니터링 했다. 발판 삼고 참고해서 더 성장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시즌2에서 일찍 엔딩을 맞은 것에 아쉬움은 없다고. 그는 “타노스가 극 중 나쁜 짓을 많이 하는데 오래 사는 것 또한 아닌 것 같다”고 어느새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룹 빅뱅이 언급될 때는 면목이 없다며 거듭 사과했다. 최승현은 “나의 과오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실망을 줬고 빅뱅 멤버들에게도 피해를 끼쳤다”며 “20대 때 찬란한 영광도 누리기도 하고 과분한 사랑도 받았지만 추락과 몰락의 과정은 내가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이었기 때문에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무너져 있었고, 다시 일어설 힘이 없어서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랬던 와중에 컴백을 기다리는 일부 팬 분들을 볼 때 가슴이 많이 아팠다. 소통의 창구가 SNS 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 내가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경솔하게도 판단력이 없었다. 어리석게 내뱉은 말에 있어서 크게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후회스럽다. 평생 반성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빅뱅 재합류의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했다. 그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나는 빅뱅이라는 팀과 전 회사(YG엔터테인먼트)에 내가 저지른 과오로 인해 너무나도 큰 피해를 준 사람이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소속사와 멤버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얘기했다. 이제 나 혼자서 무언가를 해나가고 앞으로 해내가는 것은 스스로 감내해야 하지만 피해를 준 팀으로 다시 들어가면 어쨌든 나라는 사람의 과오의 꼬리표가 멤버들에게도 붙는 거라 면목이 없다. 스스로도 괴로워서 떠나겠다고 말한 지 오래됐는데 재결합을 원하는 팬 분들이 그런 글을 볼 때 나조차도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로서는 확실하게 해두고 가고 싶었지만 11년 만에 기자님들을 만나 뵙고 말씀드리는 것처럼 그간 전할 창구가 전혀 없었다. 멤버들의 사진을 볼 때 죄책감을 느꼈고, 그룹을 떠난 사람으로서 헤어진 가족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당사자가 아니면 아픔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표현은 경솔했다고 생각하지만 내 뜻은 그렇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최승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마치고 소집해제된 시기 이미 그룹을 떠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빅뱅 멤버들이 만류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그건 대답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 자리에 있지 않은 멤버들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가 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빅뱅 멤버들과 전혀 교류하고 있지 않다면서 “면목이 없다. 아직은 나조차도 너무 미안한 마음도 커서 선뜻 연락을 하고 있진 못한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빅뱅 멤버로서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빅뱅의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로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빅뱅으로서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작업했다. 아직도 일부 팬분들은 재결합을 원하고 희망을 가지고 계시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기보다는 가슴이 아팠다”며 “SNS를 통해서 나와 멤버들을 함께 태그해서 붙여놓은 사진이 많더라. 멤버들에게 평생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다. 잘못된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가슴 깊이 죄송하다”고 전했다.
SNS에서 누리꾼과 설전을 벌인 것과 관련해서는 “팬이 아니라 악의적으로 악플을 다는 분들이 있었다. 그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 어둠에 직면해 있던 상태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나 경솔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후회하고 있다”고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최승현은 예전처럼 미성숙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다.
또한 최승현은 지난 공백기를 돌아보며 “나에게 30대는 잃어버린 시간이다. 뼈저리게 큰 수치심으로 스스로에 대한 자기 모멸감과 함께 진심 어린 반성의 시간을 겪었다”며 “그 시간 동안 음악을 만들면서 치유 받았다. 내 음악을 팬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거의 사회생활을 단절한 채 집과 음악 작업실에서만 살다시피 했다. 어둠 속에서 음악 작업만 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음악을 만들 때와 마이크 앞에 있을 때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내가 살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다. 그 어두운 마음과 쓰라린 고통의 심리 속에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내가 만들어서 시간을 보냈다. 엄청나게 많은 곡을 만들어 놨다. 당연히 팬 분들에게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대의 절반 이상을 공백기로 흘려보낸 최승현은 “다가오는 40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서 누구보다 건실하게, 안정적으로 살아보고 싶다. 안정된 탑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최승현이 생각하는 안정적인 삶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포털 사이트에 나에 대해 나쁜 기사가 나지 않는 것. 불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승현은 건실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요즘 건강하고 균형 있는 식단과 꾸준한 운동, 긍정적인 생각 등으로 일상을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처받은 팬 분들의 마음을 위로해드리고 다시 치유해드리는 것 또한 내 책임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곧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이야기중인 건 없다. 앞으로의 계획을 딱히 말씀드리기에는 오늘 이 자리는 ‘오징어 게임’과 그간에 있었던 여러 일을 진솔하게 대화하고 싶은 자리”라며 “때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을 아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약속하고 다짐했다. 최승현은 “내가 팀(빅뱅)에게 미안해서 떠났다는 것을 팬 분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거기서 왔던 오해 아닌 오해가 쌓였고 상처도 드렸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기자님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오해는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THE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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