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현대제철이 글로벌 건설 경기 불황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공세로 인해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이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장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정 회장 자택 인근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근처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은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 지급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 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퇴직자에게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제공 등이다.
하지만 현대제철 측은 이러한 노조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과급은 영업실적에 기반해 지급되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이 30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최대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7983억 원) 대비 60% 이상 감소한 수치로, 이는 철강업계의 전반적인 악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현대제철은 경북 포항시 포항2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주로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건설 경기 침체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았다. 포항2공장은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져 효율성 문제로 가동 중단을 선택한 것이다.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2023년 실적에 두고 있으며, 사측은 이를 2024년 실적을 바탕으로 협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게 되면 올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현대제철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조가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시위 현장에는 ‘악질’, ‘분쇄’와 같은 과격한 문구가 적힌 대형 피켓이 등장해 지나가는 주민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경영환경 악화로 영업이익이 6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는 설득력을 잃게 만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최근 포항2공장에서의 가동 중단 외에도, 철근 생산 규모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도 중국의 저가 철강재 유입과 원·달러 환율 급등,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노조의 요구가 현실성과 합리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정당한 쟁의행위를 할 권한을 확보했지만, 주택가에서의 시위는 그 취지를 잃고 있으며, 사측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보다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로 비춰지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가 사업장에서 충분히 정당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언급하며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현대제철 노조의 사상 최대 성과급 요구는 실적 부진과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주택가 주민들에게도 불편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노조와 사측 간의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이로 인해 현대제철의 향후 경영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