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상사에게 인격모독과 인신공격으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한 가해자는 징계를 받았다. 이후 피해자는 육아휴직 후 복귀했지만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이어가는 듯한 정황을 보였다. 거기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타지역 발령까지 언급되고 있다.
애경케미칼의 자회사에서 인신공격과 인격모독을 당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그저 감봉에 그치고 피해자는 타지역으로 발령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복된 폭언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23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신고됐다. 해당 회사는 애경그룹의 자회사인 애경스페셜티(구 애경특수도료)다.
피해자 A씨는 지난 2021년 애경 포항공장서 근무하면서 인격모독과 인신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A씨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진행되는 회의 시간마다 가해자인 포항공장장 B씨로부터 마음에 안 드는 부분, 잘못된 부분,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받았다. B씨는 A씨에게 ‘성격을 고쳐라’ ‘니 성격이 이상하다’ ‘일을 개떡 같이 한다’ ‘능력이 안 되면 니 스스로 그만둬라’ ‘야근하지 마라. 남아서 일하면 뭐 하냐? 자료가 형편없는데’ 등의 발언을 서슴치 않고 이야기했다고 신고서에 적시돼있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B씨는 회식 때마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A씨를 붙잡고 계속 반복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또 B씨는 의도적으로 A씨를 업무서 제외하기도 했다. B씨는 A씨에게 비밀로 하고 직원들과 회식을 하기도 하고 A씨를 제외한 팀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받기도 했다.
공정안전보고서(Process Safety Management, PSM) 심사 당시에는 근로감독관을 마중나온 A씨에게 B씨가 “니 왜 공부 안 해서 이러고 있냐. 공부해서 공무원 됐으면 니 성격에 딱 맞을 건데, 왜 공부 안 해서 이러고 있어”라며 뜬금없이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또 한번은 A씨가 교통사고 후 ‘상대방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도 안 내리면서 일처리도 늦어지고 힘들었다’고 회사에서 이야기한 적 있는데 B씨는 그날 저녁 회식을 하면서 “난 니가 그 이야기하는 순간 딱 너라고 생각되던데” “니 성격이 그렇잖아”라며 무안을 주기도 했다.
A씨는 신고서에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회사에서 점심도 먹기 힘들며 심지어 꿈에서도 B씨가 나와 A씨에게 인격모독과 인신공격을 가해 그의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한탄했다.
수차례 인신공격·인격 모독 피해
직장 내 괴롭힘 인정 후 육아휴직
해당 신고로 B씨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인정된 후 회사에서 감봉 징계를 받았다. 또 A씨와 마주치지 않도록 팀 이동을 시키고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못하도록 금지 권고를 내렸다.
인사위원회 회의록에는 당시 징계에 관해 “가해자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는 판단되나 그 세부적인 검토서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된다는 점, 그리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사과 의사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회사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징계 수준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상 징계의 정당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감봉 이상의 중징계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중요한 이슈인 점을 감안해 감봉 1개월의 중징계를 적용한다”고 적시됐다.
이어 “법적인 조치 이외에 인사상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피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기본으로 해 공간상 분리 및 업무적 분리가 고려될 수 있으나 업무적인 책임에 따른 한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공간상 분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업무적 분리가 고려돼야 한다”고도 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이 같은 회사의 처리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행정 종결 처리를 했다.
사건이 종결된 후 A씨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1년간 육아휴직을 다녀왔다. 문제는 육아휴직 후 복귀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A씨가 복귀했을 당시 그의 자리는 복합기가 놓여져 있고 의자도 없는 보조 테이블에 배치됐으며, 아무도 안 쓰는 의자를 자신이 직접 구해와 앉았다고 주장했다. 또 누구나 처음 오면 인터넷, 전화기, PC 연결 등은 기본적으로 해놓지만 스스로 랜선, 전원선, 몰드 등을 구해 세팅했다고 했다. 게다가 해당 자리는 공장장실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B씨의 직접적인 지시는 없었지만 휴직 후 발령받은 팀의 팀장이 ▲전지 작업 ▲예초 작업 ▲자갈 및 트랜치 사이에 있는 잡초 뽑기 ▲수납장 수리 ▲에어컨 필터 청소 ▲사내 골프연습장 천갈이 및 바닥패드 교체 등 직무도 아닌 업무를 지시하기도 했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사건 이후 A씨가 공장 관리팀으로 이동하면서 잡다한 업무가 아닌 정당한 공장 관리 업무며 협소한 공장 사무실 상황상 인사위원회서 언급했듯 절대적인 공간 분리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복귀 후 보조 책상서 잡무
얼마 뒤 갑자기 전직 명령
A씨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광양공장으로 발령받기도 했다. A씨는 처음 광양공장 발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족과 떨어질 수 없는 상황(아들은 ADHD 및 데라투렛증후군을 앓고 있어 보호자의 밀접한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고, 보호자 중 1명인 배우자는 시력이 점차 상실되어가는 희귀병인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음)임을 말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에서 발령과 관련해 물어봤을 때 절대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발령 후보 직원 중에는 가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안전업무를 하다 공장 관리 일을 하고 있는데 광양공장서 필요한 사람은 안전환경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며 “(나는)안전환경 소속 직원도 아닌데 회사에서는 가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계속 거절하니 회사에서 ‘어차피 너가 무조건 가게 돼있다. 무조건 발령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A씨 빼고는 다른 분들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직원이 없어 A씨의 발령이 확정된 것일 뿐”이라며 “현재는 공장 관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안전환경 경력이 있는 점도 A씨 발령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파견 근무를 거절하다가 본인이 차라리 완전 발령을 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덧붙였다.
A씨에게 완전 발령을 요구했냐고 묻자 “무조건 파견 발령이 난다고 회사에서 말한 상황에 가족과 떨어질 수 없는 환경이라 차라리 완전 발령을 내달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절대로 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타지역 발령
A씨는 이번 발령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보복성 인사조치라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 측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후속 조치로 종결이 된 상황이며 이번 발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A씨는 경북노동위원회에 이번 발령과 관련해 구제를 신청했다. 해당 구제 신청의 결과는 2월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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