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국내 맥주시장 부동의 1위 기업인 오비맥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카스 등 주요 제품의 경쟁력이 여전하다 보니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맥주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에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로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경기불황과 유흥 트랜드 변화로 실적 개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2월, 제주소주를 흡수합병 했다. 이에 따라 제주소주 법인은 해산됐고, 명칭 역시 오비맥주 제주공장으로 변경됐다. 맥주에만 집중해왔던 오비맥주가 소주 사업에 진출한 것은 주류 시장 변화에 따른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 2023년만 봐도 매출액은 전년 대비 0.9% 줄어든 1조5458억원, 영업이익은 34.6% 감소한 2365억원 거두는데 그쳤다.
실적 전반이 악화된 건 오비맥주의 경쟁력 약화 때문이 아닌 국내 맥주 시장의 파이 자체가 쪼그라든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오비맥주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국내 맥주 시장에서 55.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3년 연속 1위 사업자 지위를 지켰다. 반면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맥주 출고량은 2013년 206만2000킬로리터(㎘)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68만7000㎘로 매년 1.9%씩 감소했다.
맥주 출고량 감소는 소용량 및 저도주를 즐기는 라이트 유저 증가와 함께 위스키와 하이볼 등 타주류로 이동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즉 국내 주류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바뀐 것인 오비맥주의 실적을 갉아먹는 악재가 된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한 것도 돌파구 마련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소주라는 제품이 취향이나 경기불황을 맥주보다 덜 타는 만큼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가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신세계와 달리 오비맥주의 경우 강력한 주류 유통망을 구축해놓은 만큼 제주소주와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소맥(소주+맥주) 수요가 유흥채널에서 여전한 만큼 카스와 제주소주 패키지 등 프로모션을 전개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제주소주의 인지도를 고려하면 당장은 오비맥주 실적에 큰 보탬이 되지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우상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주류 역시 익숙한 것에 우선적으로 손길이 가는 보수적 시장이라 제주소주가 오비맥주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만 해도 소주에 이어 맥주 사업에 도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보수적 입맛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칠성주류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면서 맥주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지금껏 시장점유율 4%를 기록할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롯데칠성은 내수시장을 겨냥했고 맥주는 수출하는 제품이 아닌 반면, 소주는 유통기한 없어서 수출하기 용이하다"며 "제주소주 인수 당시 내수보단 수출 위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소주는 하이트진로랑 롯데칠성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터라 신규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내수보다는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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