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민족에 헌신'… 의로움 추구한 기업가 故 효성 조홍제

'국가·민족에 헌신'… 의로움 추구한 기업가 故 효성 조홍제

머니S 2025-01-16 05: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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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 조홍제 효성 창업주. / 사진=효성
효성그룹이 16일 고(故) 만우 조홍제 창업주 별세 41주기를 맞이한다. 1906년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서 태어난 조홍제 창업주는 강직한 선비의 가풍 속에서 성장하며 일찍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길을 걷겠다는 뜻을 세웠다.

약관이던 1926년 6월10일 순종황제의 국장일을 기해 일어난 만세운동을 주동해 모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일본에 유학해 호세이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한 뒤 고향친구들과 자취를 하게 됐는데 이 집에 동방명성을 뜻하는 '동성사'란 이름을 붙이고 식민지의 어둠을 밝히는 조국의 샛별이 되자고 결심했다.

이때부터 조홍제 회장은 기업을 육성해 국가와 민족 발전에 이바지하며 기업가로서 정도를 걷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조 회장은 해방 직후 친구의 동생이었던 호암 이병철 회장과 동업으로 삼성물산을 경영하면서 기업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무역백과사전으로 통할 만큼 무역분야에서 지식을 쌓은 조 회장은 우리나라 무역 사상 처음으로 영국, 홍콩을 잇는 삼각무역 거래방식을 통해 수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953년 제일제당, 1954년 제일모직 설립도 주도했다. 이후 1962년 효성물산을 모태로 독자사업을 시작해 조선제분, 한국타이어, 대전피혁 등 부실기업을 맡아 정상화시켰다. 1966년에는 동양나이론을 설립했다. 이는 오늘날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효성의 섬유 사업의 뿌리가 됐다.

당시 한국은 자체 기술로 공장을 건설하지 못해 외국의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조 회장은 공장의 설계부터 시공까지 우리 기술진이 주도하여 공장을 짓도록 했다. 자체설계를 통한 증설이 가능토록 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공정개선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후 동양폴리에스터와 동양염공, 토프론 등 화학섬유 관련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해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독자적인 기술개발 능력과 최고의 경쟁력으로 대한민국 화섬 산업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1975년에는 산업발전의 대동맥인 전력 송배전망 선진화를 위해 한영공업을 인수해 효성중공업으로 개편하는 등 중화학공업에 진출하여 20여개의 대기업군을 거느리게 된다.

고(故) 조홍제 효성 창업주가 1966년 울산공장 용지를 순회하는 모습. / 사진=효성
오늘날 효성그룹은 섬유, 화학, 산업자재, 중공업, 건설, 무역, 정보통신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국내 1위 및 세계 7위의 타이어메이커로서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조 회장은 단순히 기업의 이윤 확대 만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국가와 민족에 기여한다는 뜻을 갖고 시작한 기업인으로서 이익이 있을 때는 그것이 의로운가를 먼저 생각하는 '견리사의'의 정신으로 기업을 운영했다.

설탕수입을 하던 시절, 설탕값이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두약속도 계약이라며 오르기 전 가격으로 거래한 일화가 그의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한민국의 기술 혁신을 위해 공장을 건설할 때도 외국 기술자에게 맡겨서 하는 쉬운 방법 보다 직원들을 해외로 보내 기술을 배워오게 했다. 1971년에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당장 이익은 나지 않더라도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기업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으며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에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전쟁으로 유실된 군북 초등학교의 교사를 지어 재건하고 영남 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을 지급했다.

배명학원 이사장을 맡아 후학들을 돌보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고 학생들을 위해 흔쾌히 신축건물을 지어주고 독일에서 들여온 과학기자재를 기증하기도 했다.

효성 관계자는 "조 회장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일이야말로 이웃과 국가 사회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항상 '사람'을 강조했는데 젊은 인재를 등용해 중책을 맡기고 그들이 자리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도록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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