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에서 희귀질환 의약품으로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라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정책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희귀질환 의약품 관련 혜택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얻어낸 희귀질환 의약품 지정은 총 16건에 달한다. FDA 희귀의약품 지정은 20만명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하며,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성과를 두고 기업들이 미국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희귀의약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갖은 지원을 내놓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기반이 부족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센터 정보체계 구축사업으로 희귀질환 사업을 지원했고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을 제정해 종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희귀질환을 관리하고 있으며, 지정 대상을 2018년 926개에서 2022년 1165개로 늘려 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정책은 글로벌 국가보다 늦게 도입됐고 인센티브 제도가 미약하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희귀의약품 개발 시 연구개발(R&D) 소요 비용의 50%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과 임상개발 보조금을 제공하지만 우리나라는 세제 혜택이 없다.
또 미국, EU, 일본에서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우선심사·가속허가 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신속히 진행되고 수수료가 감면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또 신청과정에서 미국과 EU는 신청비용이 전액 감면되고 일본은 30%를 면제해주지만 국내에는 이 같은 혜택이 없는 상황이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높은 미충족 의학수요에도 불구하고 낮은 유병률로 인한 수익성 문제로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지지 않던 시장 실패 영역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각국 공중보건 정책과 시장 독점권 등 각종 인센티브 제도에 힘입어 매력적인 틈새시장으로 부상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국내외 희귀질환 정책 및 규제 동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5000~8000종이 확인됐으며 선진국 인구의 6~7%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 질병은 드물지만 집단적으로는 흔하며 치료법 강구가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여겨진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 정책분석팀 과장은 “희귀질환의 약 90%는 승인된 치료법이 없고 희귀의약품 개발이 신약 개발에 필요한 평균 시간에 비해 약 18% 더 오래 걸린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희귀질환 규제환경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지난해 미국에서 꾸준한 성과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베르시포신(특발성폐섬유증), 종근당 CKD-510(샤크로마리투스), 한미약품 LAPS Triple agonist(비알코올성지방간염) 등은 모두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지정 획득에 성공했다.
박영숙 국가신약개발사업단 R&D기획팀 연구원은 “희귀의약품은 각국의 공중보건 정책과 시장독점권 등 다양한 인센티브에 힘입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며 “2023년 FDA 승인 신약의 60%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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