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우리금융저축은행 수장에 발탁된 이석태 사장의 행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임자인 전상욱 전 사장이 실적 부진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난 자리에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성과는커녕 오히려 적자 규모만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업계 안팎에선 전 사장에 이어 이 사장까지 2년 연속 실망스러운 경영성과를 보이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용병술'에도 의문 후보가 뒤따르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 후 인적쇄신을 강조하며 두 사람을 각각 차례대로 임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턴어라운드'에 실패해 인사 실패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년 만에 수장 바꿨지만 오히려 후퇴…우리저축銀 이석태, 자회사 중 최대 적자 불명예
저축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 44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는 13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분기 28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데 이어 3분기 누적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금융그룹 저축은행 계열사는 우리저축은행에 비해서는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저축은행 218억원 ▲NH저축은행(124억원) ▲KB저축은행(7억원) ▲하나저축은행(-170억원) 등이었다. 당기순이익 1위 신한저축은행과 우리저축은행과의 순이익 격차는 무려 60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적자 규모는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14곳 중 11곳이 흑자를 내며 그룹 전체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흑자 규모는 우리은행이 2조5244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우리카드(1402억원) ▲우리금융캐피탈(1157억원) ▲우리벤처파트너스(330억원) ▲우리자산신탁(174억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적자를 낸 계열사는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포함해 우리에프아이에스(-42억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2억원) 등 단 3곳에 불과했다. 그 마저도 우리금융저축은행과 나머지 계열사의 적자 규모는 차이는 상당했다.
이러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실적 부진은 수장 교체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취임 직후 실시한 계열사 CEO 인사에서 한국은행 출신의 내부통제 전문가 전상욱 전 사장을 우리금융저축은행 CEO로 발탁했다. 전 전 사장이 처음 부여 받은 임기는 2년이었다. 그러나 취임 1년 만에 대규모 적자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결국 지난해 초 이석태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당시 우리금융그룹은 이 사장에 대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서 영업 전략과 고객기반 확대에 성과를 거둔 바 있어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어 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 사장은 1964년 출생으로 순천고 졸업 후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와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영업총괄그룹 집행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사업성장부문 부사장 등 우리금융지주 내 주요 요직을 거쳤다. 특히 영업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영업통' 인사로 분류돼 왔다. 앞서 지난해 우리은행장 최종후보에 조병규 전 은행장과 함께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신한·KB 훨훨 나는데 우리만 허우적…CEO 인사권자 임종룡 책임론 확산
화살은 CEO 선임의 키를 쥐고 있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향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실패나 다름없는 인사를 단행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결국 임 회장의 '용병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증거라는 지적이 우리금융지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같은 기간 성공적인 인사 관리로 저축은행 계열사 실적 방어에 성공한 타 금융지주 회장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3년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이 임명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는 임기 내내 5대 금융그룹 저축은행 계열 순이익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2023년 PF부실 등으로 인해 저축은행 업황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누적 순이익 149억원을 거두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 유일한 흑자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이 임명한 서혜자 KB저축은행 대표 역시 임기 첫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구원투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KB저축은행은 2023년 3분기 2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3분기엔 108억원 규모의 흑자를 달성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부진한 실적은 내부 직원의 사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금융저축은행 직원 A씨는 "가뜩이나 우리은행이나 우리카드에 비해 규모가 작은 회사인데 계속 적자까지 내니 괜히 위축될 때가 많다"며 "아무래도 다른 계열사 직원들은 전부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하는데 우리만 허우적대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좀 더 신중하게 사장 적임자를 골라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도 한 기업의 사장은 조직 분위기나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회사 사장 선임에 있어 좀 더 냉정한 평가와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내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장의 리더십 역량이 최우선시 돼야한다"며 "리더십은 조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직원들에게 명확한 목표와 전략을 설정하고 열정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의 실적 부진을 두고 그룹 전체의 책임론으로 확산되는 데 대한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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