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나들이 중 동묘 구제시장을 찾은 김수빈씨(26)와 이다빈씨(26)는 싸고 특색있는 옷들 덕에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며 흥미로워했다. 두 사람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구제 옷들 덕분에 눈이 즐겁다"며 "일상에서 부담 없이 입는 옷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고물가 현상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실속 소비'(요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가운데 가성비와 빈티지 감성을 두루 아우른 서울 종로구 동묘 구제시장이 Z세대의 새로운 쇼핑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동묘 구제시장은 다양한 종류의 옷들을 기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에 판매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 일반 매장에서 보기 어려운 개성 넘치는 디자인 역시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오후 동묘 구제시장은 강추위가 풀린 탓인지 활기찼다. 노점상을 찾은 젊은 손님들은 갖가지 옷들로 엉켜있는 노점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옷들을 척척 골라냈다.한 20대 소비자는 구매하려는 옷이 3000원이라는 상인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일부 노점상에선 ▲패딩 ▲코트 ▲니트 ▲셔츠 등을 모두 3000원에 내놨다. 이 중에는 유명한 브랜드의 옷도 일부 섞여 있었다. 동묘에서의 옷 쇼핑을 이른바 '보물찾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동묘 구제시장의 활기찬 분위기가 인상적이라는 고민지씨(25)와 김유미씨(24)는 "유명 브랜드 제품과 더불어 동묘에서만 판매하는 빈티지 옷을 싸게 구매할 수 있어 좋다. 다음에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고 씨는 챔피온 후드티를 단돈 1만원에 구입했다. 챔피온 후드티 정가는 통상 6만~8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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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방' 등 맞춤형 마케팅도… 잘파세대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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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노점상을 운영하는 김태현씨(50)는 "계엄 사태 이후 사람들이 덜 붐비는 것 같다"면서도 "10대와 20대를 비롯한 젊은 연령대의 손님들은 예전보다 늘어났다"고 설명했다.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지난해 '동묘구제시장' 네이버 검색량은 38만7400건으로 전년(27만2000건)보다 약 11만건 이상 증가했다. 연령별 검색 비율에서는 1020세대가 41.6%를 차지했다. 검색자 3명 중 1명 이상은 잘파세대인 셈이다.
시장 안쪽에 위치한 매장 형태의 빈티지샵 역시 각종 빈티지 의상과 인기 브랜드 제품을 싼값에 판매했다. 자체 리폼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거듭난 제품이 있다는 점에선 노점상과 차이가 있다.
가격대 있는 브랜드 구제를 취급하는 만큼 주변 노점상 대비 비싼 제품들도 여럿 진열됐다. 이곳에서도 마음에 드는 옷을 직접 둘러보고 양손 가득 구입해가는 잘파세대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 매장은 젊은 세대에 맞춤화된 마케팅 전략까지 취하고 있었다.
빈티지 의류 매장 관계자 김예은씨(24)는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 채널 등 SNS를 활용해 젊은 연령대의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며 "SNS 메시지 기능을 통해 제품 정보를 주고받거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구제 옷 쇼핑을 위해 경기 파주시에서 동묘를 찾았다는 김보배씨(14)와 김태희씨(14)는 "요즘 틱톡(글로벌 숏폼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곳이라 방문했는데 특유의 '힙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벌써 싼값에 마음에 드는 옷들을 4벌이나 구매했다"면서 웃었다.
동묘 구제시장이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를 모은 데에는 '초저가 제품'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높은 물가와 내수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얇아지면서 가성비 수요가 더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가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의류·신발 지출은 11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소비 지출 중 비율은 3.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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