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속도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있다. 초기 HBM은 다음 세대 제품이 등장할 때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전환 기간이 2년 미만으로 단축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SK하이닉스의 HBM 개발속도가 고객사인 엔비디아 요구보다 빨라졌다"고 호언장담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은 사실로 판명됐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12월 미국의 AMD와 공동연구를 통해 1세대 HBM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 후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BM3E)까지 개발 및 양산에 성공했다. 나아가 HBM 개발 속도 역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실제 HBM 제품 개발 기간은 ▲HBM→HBM2(2년 이상) ▲HBM2→HBM2E(3년 이상) ▲HBM2E→HBM3 (2년 2개월) ▲HBM3→HBM3E (1년 10개월) 순으로 집계됐다. 이중 HBM2가 개발됐던 2010년 중후반, 더딘 시장 성장과 기술적 난관 등에 부딪히며 해당 기술 개발에 대한 비관론이 들끓었다. 이렇다 보니 HBM2의 확장 버전인 HBM2E가 개발되기까지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HBM 개발에서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기간도 줄고 있다. HBM과 HBM2는 개발 완료 후 고객사에 공급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AI 가속기 성능 향상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 떠오른 HBM3E는 개발에서 양산까지 7개월이 걸렸고, HBM3E 12단 제품도 6개월 만에 양산에 성공했다. AI 반도체 성장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는 양산 속도도 덩달아 빨라진 것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SK하이닉스가 2세대인 HBM2를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서 기술적 우위를 자랑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과는 당시 컴퓨팅 시장이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HBM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설계를 담당하는 박명재 부사장도 지난해 6월, SK하이닉스 뉴스룸을 통해 "HBM은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고, 최고의 제품만 개발하면 이를 활용할 서비스는 자연스레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이것이 HBM2E를 비롯해 후속 제품들의 개발을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박 부사장의 판단처럼 2022년 말 미국 오픈AI의 챗GPT 출시로 생성형 AI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HBM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고, 15년 넘게 HBM R&D에 매진한 SK하이닉스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AI 기업 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HBM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HBM3E 16단,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제품 개발에 이미 시동을 거었다. 반도체 업계에서 '금맥'으로 불리는 HBM이 SK하이닉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HBM 양산은 최소 5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제조하는 전공정을 비롯해 웨이퍼 분할, 적층 및 연결, KGSD 검증 등 모든 제조 과정을 통과해야 양산에 돌입할 수 있어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하거나 고객의 요구 사항에 변화가 생길 경우 웨이퍼 제조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제품 설계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 및 양산 초기부터 고객사와 협력하는 등 외부 기대치보다 목표 수준을 높게 잡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HBM 기술이 고객사 요청에 따라가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고객사가 먼저 요구하기도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며 "AI 메모리 영역에서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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