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석지연 기자] 정부가 과잉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률을 올리고 초기 가입자에게 이를 소급 적용하는 방식의 5세대 실손보험 개혁안을 제시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자기부담률이 상승한한 만큼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개혁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혁안 특징은 5세대 실손보험에서 주계약인 급여의 경우 일반질환자와 중증질환자를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한 것이다. 또한 특약으로 들어가는 비급여 의료의 경우 5세대 실손은 중증 질병·상해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특약1'과 비(非)중증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특약2'로 세분화했으며 보상한도·자기부담·출시 시기 등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경증의 일반질환자에 대해선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즉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률이 30%라면, 실손보험에서도 본인부담률을 30%로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중증질환자 급여의료비는 최저자기부담률인 20%만 적용할 계획이다. 따라서 실손보험에서는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별도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본인부담률이 건보 본인부담률과 같은 수준이 적용됨에 따라 9-36%로 설정할 수 있다. 대신, 암, 뇌혈관 및 심장 질환, 희귀성 난치성 질환, 중증 화상 및 외상 등 중증 질환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필수 급여 항목보다 높은 선별 급여에 대해서도 최저 20%의 자기부담률이 적용되므로, 이들에 대한 본인부담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신규 보장항목으로 시·출산 급여 의료비 등이 포함되게 된다.
다만 5세대 실손보험 본계약에서는 경증 치료에 들어가는 비급여 의료비는 보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비급여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소수 가입자의 ‘의료쇼핑’으로 인한 선량한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동반상승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따라서 그동안 주요 과잉진료 항목으로 지목된 도수치료·체외충격파·영양주사 등은 관리급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용이나 성형 등의 비급여 진료를 하며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급여 진료를 함께 하면 급여 진료를 본인이 비급여로 부담하도록 병원 진료 급여 제한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특약을 통한 자기부담률은 90%선이 될 전망이다. 다만 5세대 실손보험의 연간보장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정하는 부분은 논의 중이다.
이 같은 개혁안이 대두하게 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의 9%가 전체 보험금의 80%를 수령했기 때문이다. 이에 실손보험 손해율은 2022년 117.2%, 2023년 118.3%, 지난해 상반기 118.5로 오르는 등 매년 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소비자들의 자기부담률이 상승 만큼,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절감과 과잉 진료 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개혁안에 대해 보험업계는 긍정반응이지만, 의료계와 소비자들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 축소와 자기 부담금 증가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의 실손의료보험 개편안을 두고 10일 입장문을 내면서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졸속적·반인권적 정책"이라면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의협은 "대통령 직무정지로 기능이 정지돼야 할 의개특위에서 국민들의 비급여 보장 내용을 축소하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통제를 통해 재벌 보험사들의 이익만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책 강행에 심각한 우려와 엄중한 경고를 표명한다"며, "비급여 의료 행위는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은 것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로 인해 급여 적용이 안되는 것 뿐인데 실손보험의 보장 대상이 되는 비급여 행위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적시에 적정 의료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만들어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보험료는 그대로지만 자부담료가 90%로 증가한 만큼, 보험사만 배부른 제도라고 비판했다. 보험료 절감을 원하고 기본적인 급여 항목의 보장이 필요한 사람에겐 적합하지만 암 치료나 고급 병원 치료를 자주 받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약관 변경이 없는 1·2세대 가입자에게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하게 한 뒤, 5세대에 재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현재 1·2세대 초기 실손가입자는 1600만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실손보험의 4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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