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산업이 현재 수출 급감과 리튬 가격 하락이라는 두 가지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원가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14일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양극재의 수출량은 1만4399톤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월 평균 2만 톤에 달했던 수출량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특히 하반기부터 이러한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소의 원인으로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전기차 수요 둔화가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저렴한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양극재의 증가가 국산 삼원계(NCM·NCA) 양극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LFP 양극재의 가격은 국산 제품의 5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와 같은 주요 양극재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3년의 5840억 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에코프로비엠은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극재의 주요 원료인 리튬 가격 또한 불안정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당 100위안대에서 거래되던 리튬 가격이 하반기에는 70위안대로 급락했다. 현재 가격은 1㎏당 72위안으로,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양극재 가격은 일반적으로 리튬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리튬 가격 하락은 양극재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비싸게 확보한 리튬을 우선 사용해야 하므로, 이로 인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전방 수요와 주요 원료 가격이 모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양극재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반등하기 어려운 시점에 놓여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내연기관 차량 선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양극재 기업들은 2025년을 앞두고 생산능력 목표를 조정하고 있으며, LG화학은 2026년 양극재 생산능력을 28만 톤에서 20만 톤으로, 포스코퓨처엠은 45만5000톤에서 39만5000톤으로 줄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에코프로비엠은 포항 양극재 공장 준공 시점을 2026년 12월로 2년 연기했다.
양극재 기업들은 원료 수직 계열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고, 향후 캐즘의 터널이 끝날 때를 대비하고자 한다. 이들은 리튬, 니켈, 전구체 등 양극재를 구성하는 원료들을 직접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LG화학은 최근 엑손모빌과 탄산리튬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광물 조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아르헨티나와 호주에서 확보한 리튬을 공급받을 계획이며,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에서 '제련→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통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리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장기적으로 배터리 가격의 하락이 전기차 수요의 확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조적 악재가 해소될 때까지는 원가 절감 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