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태윤 기자] 네이버·카카오가 쥔 '심사의 칼자루'로 인해 언론사 존폐가 좌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을 제기되면서 제평위 개혁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와 김장겸 의원실이 주최한 'POST 제평위 시대의 포털뉴스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세미나가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입점 심사 및 제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심사 기준과 운영 방식에서 불공정·불투명하다는 문제 제기를 꾸준히 받아 온 만큼 이를 개선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제평위 문제점으로 지적 됐던△심사 기준의 모호성과 자의성 △위원 구성의 편향성 △회의록 비공개 △처벌 및 제재의 일관성 부족 △포털에 유리한 구조 △기득권 중심의 폐쇄성 등이 다시금 언급되면서 이에 대한 대안 모색이 활발하게 언급됐다.
네이버·카카오 제평위는 지난 2016년 1월 공식 출범해 두 포털의 뉴스 제휴 심사와 제재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심사 기준의 불투명성과 공정성, 심사위원 구성의 편향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결국 2023년 잠정 중단됐다.
이에 최근 네이버는 새로운 '제평위 2.0' 구성을 시도했지만, 주요 추천 단체인 한국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가 배제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특정 매체나 단체에 유리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언론사 반발이 거세지자 '제평위 2.0' 역시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무산됐다. 국내에서 뉴스 콘텐츠 공급은 사실상 네이버와 카카오에 좌우되는 현실에서 언론사들은 제평위 심사 결과에 따라 포털 노출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포털 주도의 심사가 갖는 불투명성과 편파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날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제평위 심사 기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성평가(전체 80%) 방식이 특히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성평가는 '저널리즘 품질 요소(40점)', '윤리적 요소(30점)', '이용자 요소(10점)' 등 추상적인 항목으로 구성돼 있어 심사위원 주관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심사위원 30명이 구체적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심사하는 구조가 계속되면, 위원들과 가까운 언론사들이 입점을 쉽게 통과한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명일 MBC노동조합(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2019년에 한국인터넷신문협회 부회장이었던 A 더팩트 대표가 인터넷신문협회 추천 제평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자신이 대표인 매체가 네이버 CP사로 입점했다"며 이해충돌 논란을 제기했다. 또 우파 매체들은 시사성이 약한 일부 전문지 형태로만 CP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고 이와 달리 시사 보도를 주로 다루는 좌파 성향 언론은 꾸준히 CP사로 들어가면서 언론 진영이 자연스럽게 '좌편향' 구조를 형성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2017년부터 CP로 입점한 매체들을 살펴보면 동아사이언스와 코리아 중앙데일리 같은 잡지사와 영자신문사를 제외하면 대체로 좌성향 매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천영식 팬앤드마이크 대표는 "네이버 CP로 선정되면 한 해 10억원 정도를 보장 받는데 이는 언론사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결국 제평위를 통해 CP 권한을 쥐고 있는 포털이 언론 생태계를 좌우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사IN,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등 좌파 성향 언론이 공동 취재단을 꾸려 활동하며 모두 네이버 CP가 돼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얻는 수익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을 강하게 공격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제평위가 공정하게 운영됐다면 2019년 더팩트 대표가 제평위 위원이던 시기에 더팩트가 CP사로 선정될 수 있었겠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강명일 위원장은 이러한 편파성과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CP 입·퇴점 기준을 전면 정량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생산량, 기자 고용 인원, 매출액 등 객관적 지표만으로 일정 수준에 달하면 자동으로 CP사로 승급하고, 2년 연속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심사의 자의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지난해 카카오가 내놓은 CP 심사 개선안이 '기자협회 회원사'를 전제로 100% 정량평가 방식을 적용하려 했지만 기자협회 자체 가입도 협회의 7인 위원이 NO라고 말하면 탈락하기 때문에 기존 제평위처럼 폐쇄적인 심사가 될 것이란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편파적 기사나 편향적 보도가 많아진 언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뉴스 진위보다는 편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원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사무처장은 "미국의 Ad Fontes Media, AllSides 같은 편향성 조사기관 사례를 보면, 언론마다 어느 스펙트럼에 있는지를 시각화해 공개함으로써 독자가 각 매체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며 네이버처럼 사실상 독점적 뉴스 유통 플랫폼이 된 포털이 적극적으로 편향성을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현 변호사는 포털 뉴스 생태계가 네이버·카카오 같은 소수 업체 중심으로 굳어진 점을 지적하면서 지금처럼 자율 규제 방식으로만 운영되는 제평위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뒤 언론사 신뢰도는 하락했지만 포털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고 정치권 역시 포털을 '언론사 지위'를 부여 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평위 2.0을 만들어도 결국 법 테두리 안에서 운영해야 한다"며 "민간 자율에만 맡겨선 공정성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며 "(네이버가)이제는 (기사)유통권에 대해서 법적·윤리적·도덕적 책임을 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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