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법원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취급 중단 조치로 인터넷은행의 앞날이 캄캄해졌습니다. 고객들이 편리한 비대면 거래에 인터넷은행을 이용했는데 대면 거래만 허용하면 신규 고객들은 인터넷은행을 찾지 않을 겁니다. 새해부터 개점휴업 상태가 될까 우려됩니다."
A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등기 시스템 개편에 따른 비대면 주담대 취급 제한에 한숨을 내쉬었다. 비대면 주담대 취급이 어려워지면 주요 이자수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역설적으로 인터넷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배경이 손 쉬운 이자장사란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는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 기준 1.40~2.48%포인트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 1.00~1.27%보다 최대 두배 가까이 높았다. 예대마진을 키운 인터넷은행은 불어난 이자 덕에 지난해 3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카카오뱅크의 누적 이자이익은 1조79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3717억원으로 14%, 토스뱅크는 5623억원으로 43% 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1년간 여신 잔액이 약 5조8000억원 늘어났는데 이중 주담대가 4조5000억원 증가하며 여신 성장세를 이끌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 여신 잔액이 6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조4000억원 늘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카카오뱅크의 기타영업수익을 포함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비이자이익은 4062억원으로 전년 보다 16.6%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기준 비이자이익 비중은 전체 순이익의 7%에 불과하다. 토스뱅크의 비이자이익은 433억37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447억원으로 전년보다 두배 늘었으나 3분기만 따로 보면 비이자이익(120억원)은 전분기 대비 29% 줄었다.
인터넷은행의 이자장사 비난이 거센 이유는 은행권 나아가 금융 혁신이라는 출범 취지와 다른 행보 탓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설립 목적은 '금융 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다. 2015년 금융위원회는 첫번째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에 ▲혁신성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산업 발전 및 경쟁력 강화 기여 ▲해외 진출 가능성 등을 인가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내와 달리 글로벌 인터넷은행은 일찌감치 이자이익에서 벗어난 비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로 중심 추를 옮기고 있다. 일본 세븐은행은 현금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을 고려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축소하고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확대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편의점에 ATM을 설치했고 인공지능(AI) 사업에 투자해 지난해 비이자이익이 전체 순이익의 94%로 올라섰다. 미국 앨리뱅크는 ETF(상장지수펀드), 옵션, 채권, 뮤추얼 펀드 등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얻는다. 지난해 비이자이익 비중은 전체 이익의 23.5% 수준이다.
오는 31일 법원은 등기 시스템을 개편을 예고했고 앞으로 대출자는 소유권이전등기와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모두 비대면 또는 대면 방식으로 통일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택 거래에서 소유권이전등기는 대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비대면 방식이었으나 '대면-비대면 교차 방식'이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주택 매도인이 대면 방식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고집할 경우 대출자가 직접 은행에 등기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시중은행에 대출 수요가 쏠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은행이 '금융 메기' 효과를 내려면 이자장사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전략으로 비이자 수익을 확대해야 한다. 시력이 나빠 수염의 진동으로 먹이를 잡는 메기가 격변의 대출 변화에 휩쓸려 가지 않으려면 말이다. 인터넷은행이 현재에 안주한다면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이남의 머니S 시장경제부 금융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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