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엔비디아’로 끝난 별들의 잔치···K반도체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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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엔비디아’로 끝난 별들의 잔치···K반도체 현주소는

이뉴스투데이 2025-01-13 16:01:25 신고

[그래픽=고선호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5’ 올해 화두는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CEO다.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업 주가가 널뛰기하는 것은 물론, 각국 정부들마저 촉각을 곤두세운다.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 전망에 더해 향후 개발 계획에서 1위 공급처인 SK하이닉스를 완벽히 배제한 언사까지 자극적이다 못해 파격적이기까지 했던 발언들을 앞세우며 K반도체 업계를 그야말로 ‘들었다 놨다’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AI) 칩의 메카이자 관련 공급망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는 만큼 그의 발언과 영향력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일각에선 엔비디아 중심의 과도한 쏠림현상이 자칫 메모리 시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독점자본 형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쉽게 말해 수요와 공급 간 절묘한 균형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안에서 엔비디아라는 슈퍼갑(甲) 기업을 중심으로 헤게모니가 구축돼 공급라인의 위치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맹주’ 한마디에 울고 웃는 K반도체

황 CEO가 신형 GPU에 마이크론 GDDR7을 채택했다는 발언에 관련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메모리 공급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닌, 미국 마이크론만을 언급하면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황 CEO는 이튿날 곧바로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사 메모리가 탑재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공급망 다변화와 미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 제기돼왔던 만큼 이번 발언에 대한 후폭풍은 더욱 심각하게 작용했다.

심지어 업계 내부에서는 메모리 기업 간 공급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었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1·2위를 나란히 양분하고 있는 만큼 수요처 입장에서 부품 공급가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엔비디아]
[사진=엔비디아]

하지만 이번 황 CEO 발언 자체에 담긴 내용보다는 그 속에 담겨진 ‘뉘앙스(미묘한 차이)’가 더욱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불과 수년전만 하더라도 AI 칩에 필요한 HBM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했다. 대체재가 있는 것도, 그러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었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현재 공급 비율 중 3위에 올라있긴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납품 비율이 약 8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독과점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번 황 CEO의 발언은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없으면 AI 칩 생산이 불가능하던 시절이 종식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말 그대로 이젠 이들을 대체할 대체재가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곧 내각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에서 본격화될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와 그 속에서 더욱 격화될 공급망 경쟁에서 마이크론을 비롯한 주요 미국 내 기업들의 약진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황 CEO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논란 직후 황 CEO가 최태원 회장과의 회동과 본인 명의 성명을 통해 논란의 수위는 낮아졌으나, 당시 관련 주가가 요동치는 등 국내 업계의 영향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사전에 이를 대응하기 위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칩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가 보유한 경쟁력과 기술력을 얕보게 해선 안 된다. 단순히 자존심 문제가 아닌 우수 제품의 주요 공급처인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함양을 위해서라도 그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 전방위 압박에 곳곳서 ‘파열음’

우리 반도체 업계가 세계 시장 점유율의 95%를 장악하며 초월적 지위를 구축했지만, 심화하고 있는 대중 수출규제, 보호주의 강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국내 반도체 지원 체계 미비 등 각종 악재가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의 추격이 더욱 가속화됨에 따라 글로벌 주도권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대응도 시급한 실정이다.

업계는 이 같은 복합 위기로 인해 단기 실적 악화는 물론 관련 기업들의 기술 패권 상실로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오는 2043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원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준조차 제 때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현재 미국, 중국, 대만을 비롯한 주요 강국들은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을 연일 쏟아 부으며 경쟁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야 간 정쟁 격화로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이른바 ‘K칩스법’은 보조금 산정 기준과 구체적인 지급 범위 등을 놓고 아직까지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대재해처벌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중복 규제를 정비해 기업과 사회적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반도체 지원금이 축소, 폐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한 달을 남긴 시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지원금을 확정해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아직 사태를 관망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9일 칩스법에 따라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735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원과 정부 대출 5억 달러(약 7353억원) 등이 포함된 계약을 최종 확정했다. 당초 미국 정부가 8월 발표한 SK하이닉스 보조금 규모보다 높은 금액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0일 칩스법 보조금을 확정했다. 삼성전자의 보조금 규모는 최대 47억4500만 달러(약 6조9775억원)다. 지난해 4월 예비거래각서(PMT) 체결 당시 6억 달러(약 9조4118억원)에서 약 17억 달러(2조5000억원) 줄었다.

보조금 규모가 확정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을 폐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보조금을 근거로 추가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칩스법 보조금 규모를 확정하면서 걱정을 일부 덜었지만 실제 지급이 어떤 방식으로 집행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칩스법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온 만큼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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